[책마을] 연암은 '사회행복' 추구한 개혁가

연암 박지원의 풍자정치학 | 김은정 지음 | 한국학술정보 | 348쪽 | 2만3000원
연암 박지원(1737~1805년)의 문학 작품과 정치사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연구서가 나왔다.

경상대 대학원에서 연암 박지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이자 시인인 김은정씨는 《연암 박지원의 풍자정치학》에서 《호질》 《양반전》 《허생전》에 녹아있는 연암의 정치적 상징을 깊이있게 분석했다. 이들 작품에 배어있는 비유와 상징을 메리엄(C E Merriam)의 미란다와 크레덴다 개념으로 조명한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당시의 정치적 현실이 연암에게는 창작의 원동력이자 자극제였으며 문장의 유희를 추구한 그에게 작품은 '놀이 기구'였다"고 설명한다. 또 "연암의 작품 중에서 이들 세 편은 창작 시기가 각각 다르지만 그의 시대 비판의식과 개혁의지가 잘 드러나 있고 지향하는 바가 흡사하다"며 '연암이 파괴하고 싶어 하는 세상과 건설하고 싶어 하는 세상'을 함께 비춘다. 결국 연암의 작품은 단순히 소설로만 읽히는 활자매체가 아니라 그의 정치사상이 소설의 형식으로 표현된 종합매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분석을 거쳐 "연암은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이용후생의 실학사상을 통해 체제 내에서 구성원들의 행복을 추구한 개혁사상가였으며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없었으므로 우언과 풍자로 자신의 철학을 표현한 인물"이라고 결론짓고 '좋은 사람'과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정치,그것을 문학을 통해 시도한 연암의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