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대로 하라, 담배 달라"…뻔뻔한 김길태

'DNA 증거' 내놔도 "모른다" 되풀이
불리하면 묵비권…경찰, 구속영장 신청
"법대로 하세요. 물 담배 좀 달라.자장면도 한 그릇 부탁한다. "

부산 여중생 이모양(13) 납치살해 피의자인 김길태가 경찰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배짱을 부리고 있다. 이양의 몸에서 확보한 김길태의 DNA와 검거 후 김의 입속에서 채취한 피부조직 DNA가 일치한다는 경찰의 증거 제시에도 김은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수사본부장인 김영식 부산지방경찰청 차장은 11일 부산 사상경찰서에서 김길태의 태도와 DNA 확인 사실 등에 대한 1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본부장은 검거 당시 김의 입속에서 확보한 피부조직에 대한 DNA 감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결과,이양의 몸에서 나온 것과 동일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김에게 DNA 증거를 제시하면서 이양을 아느냐고 물었으나 김은 알지도 못하고,수배전단을 보고 알게 됐으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범행을 또다시 전면 부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불리한 질문이 나오면 김은 법대로 하라거나 입을 다물어 버렸다"고 전했다. 검거 당일인 10일 조사에선 물 담배를 달라거나 자장면을 먹고 싶다고 주문했으며 음식을 남김없이 먹었고 가끔 심리적인 불안을 보이기도 했다고 김 본부장은 덧붙였다.

또 이양이 실종된 2월24일의 행적에 대해 경찰은 "김길태는 밤새 덕포동과 삼락동 일대를 돌아다니다 당산나무 근처에서 졸았고,친구와 지인에게 20여 차례 공중전화로 연락했으나 받지 않아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 것에 대해 경찰은 김길태가 반사회적 성격장애나 공황상태인 데다 중형을 면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오후 7시께 김길태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의 구속 여부는 12일 오후 열릴 가능성이 높은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될 예정이다.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