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장예심 통과…개인공모 1조 사상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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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10만원 되면 시중자금 10조 몰릴듯삼성생명이 11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지난 1월21일 예심을 청구한 지 40여일 만이다.
5월초 공모청약 거쳐 5월 12일 상장 계획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오는 26일께 금융감독원에 증권 신청서를 제출한 뒤 5월 초에 총 4조~5조원대에 달하는 초대형 공모주 청약을 실시,5월12일 상장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생명 공모 청약은 일반투자자 배정 물량만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공모가가 변수지만 회사 측 기대대로 10만원 수준이 되면 10조원이 넘는 엄청난 시중자금이 대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3444억원 규모의 공모를 실시했던 대한생명의 경우 23 대 1을 웃도는 경쟁률에 4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던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공모가엔 외국인이 변수
관심은 역시 공모가가 어느 정도나 될 것인지로 모아진다.
시장에선 당초 공모가가 14만원(액면가 500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로선 예상치가 많이 낮아진 상태다. 이를 반영하듯 장외 주가도 지난 1월19일엔 15만원대를 찍었다가 현재 11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선 10만원 수준이면 문제없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한 보험 담당 애널리스트는 "아직 삼성생명의 내재가치(EV)가 알려지지 않아 예상 공모가를 산정하기 어렵지만 공모가가 10만원 수준에서 결정되면 높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모가 결정에는 외국인의 움직임이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자본시장법상 삼성생명의 계열 관계에 있는 운용사와 인수단 및 주관사 계열인 삼성투신운용과 한국투신운용 · 한국밸류자산운용,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은 공모에 참여할 수 없어 국내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 자금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해외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생보업계 대장주인 삼성생명을 일정 부분 담고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생명 공모주에 외국계 기관들의 큰 수요가 없었던 이유도 삼성생명 공모 청약에 참여하기 위해 대한생명 공모에 나서지 않은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차 채권단의 빚을 최대한 갚기 위해 공모가가 주당 10만원 이상에서 결정되기를 원하지만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돌려주기 위해 적정선에서 조율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모가가 싸게 책정되면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점이 부각돼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생명도 공모가가 회사 희망가인 9000~1만1000원을 밑도는 8200원에 결정된 덕에 일반 공모 청약에 4조2198억원의 큰 돈이 몰렸다.
◆26일께 증권신청서 제출삼성생명은 당초 오는 4월 말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해 왔으나 5월 예정이던 AIA생명의 홍콩 증시 상장이 영국 프루덴셜생명의 인수로 인해 연기되면서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공모 일반청약은 상장 1주일 전쯤인 5월 초께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은 오는 26일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IR) 등에 나설 계획이다.
예상 공모 주식 수는 삼성자동차 채권단의 몫인 3500만주와 신세계 보유 주식 500만주 등 4000만주로 파악되고 있다. 공모가가 10만~12만원에서 결정되면 공모 규모는 최대 5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전체 공모 규모의 20%가 배정되는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규모만 해도 8000억~1조원에 이르게 된다. 국내 IPO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한편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전체 주식의 20.76%(4150만주)를 가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며 2대 주주는 삼성에버랜드로 3860만주(19.34%)를 갖고 있다. 또 신세계 2710만주(13.57%)를 비롯해 CJ제일제당(4.8%) CJ(3.2%) 등도 적지 않은 지분을 갖고 있다.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은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생명 보유 지분 4.8%에 대해 "현재로서는 (상장 이후에도) 지분을 처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조진형/김현석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