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종합병원 의약품 구매 입찰 줄줄이 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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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구매제'로 도매상들 응찰 포기정부가 오는 10월부터 실시할 예정인 '저가구매인센티브제(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의 부작용으로 서울대병원과 충남대병원 등 전국 4개 대형 종합병원의 의약품 공개입찰이 잇따라 전 품목 유찰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복지부, 10월前 계약분 적용 제외
저가구매인센티브제는 정부가 의약업계의 리베이트 근절과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명분 삼아 병의원이 정부 고시가격보다 싸게 도매상이나 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살 경우 고시가와 실거래가 차액의 70%를 병의원에 인센티브로 주고,이듬해 해당 보험약가를 최대 10%까지 깎는 것이다.
12일 의약품도매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남대병원과 충남대병원,공주의료원이 실시한 의약품 공개 경쟁입찰에서 의약품 도매상들의 응찰 포기로 모든 품목이 유찰됐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실시된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대치대병원의 구매 입찰도 전 품목 유찰됐다. 서울대병원 등 전국 4개 주요 대형 종합병원의 대규모 의약품 구매 입찰 과정에서 전 품목이 유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4개 병원의 의약품 입찰 규모는 약 3000억원대로 추산된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병의원과의 거래 유지를 위해 싼 값에 의약품을 공급했다가 1년 뒤 저가구매인센티브제를 적용받아 약값을 깎일 경우 의약품 공급처인 제약사들이 약품 공급을 거부하거나 약가 인하의 책임을 물을 수 있어 도매상들이 대거 응찰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병원들은 모두 재입찰을 실시할 예정이지만,이마저도 최종 유찰될 경우 입원 환자들의 의약품 처방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복지부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의 본격 시행에 앞서 대규모 의약품 구매 유찰 사태 등 부작용이 불거지자 일단 오는 10월 이전 병의원과 의약품도매상과 체결된 입찰계약에 대해서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섰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국공립 대형 병원의 의약품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입원 환자들에 대한 원활한 의약품 처방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 같은 운용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약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정부가 사전에 부작용 발생 여부 등을 검증하지 않고 저가구매인센티브제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초래된 것인 만큼 제도 시행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