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가셨지만 가르침은 연꽃처럼 필 것"

법정스님 다비식 … 3만명 몰려
"스님 불 들어갑니다. 어서 나오세요. "

지난 13일 오전 11시41분 전남 순천 송광사 전통다비장.기름 적신 불덩어리를 매단 대나무를 9명의 스님이 참나무 장작 더미에 일제히 갖다댔다. 다비장을 가득 메운 1만5000여명의 추모객이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는 가운데 장작더미에선 금세 시뻘건 불길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 평생 '무소유'를 실천했던 법정 스님은 이렇게 대자연으로 돌아갔다. 다비식은 간소했다. 장례절차도,오색의 만장도,연꽃 장식도 없었다. 이날 오전 10시 송광사 문수전을 나선 고인의 법체는 전날 서울 길상사를 떠날 때와 마찬가지였다. 관도 없이 대나무 평상에 누운 채 밤색 가사 한 장만 덮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다비식은 장엄했다. 송광사와 다비장에 모여든 추모객은 3만명에 달했다. 법체가 다비장으로 향하는 동안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행렬이 이어졌다. 다비장에선 험한 산비탈까지 추모객들로 가득 찼다.

불길이 거세지자 염불하던 불자들의 입에선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의연했던 스님들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길상사 주지 덕현 스님 등 상좌들은 눈물까지 보였다. 덕현 스님은 "비록 스님은 가셨지만 남기신 가르침은 불길 속에서도 연꽃처럼 피어날 것"이라며 "우리 삶에서 그 뜻을 받들어 화중생련(火中生蓮)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다비장의 불길은 이날 밤을 넘겨 14일 오전까지 탔다. 법정 스님의 상좌와 문도들은 당초 예정보다 2시간쯤 늦은 14일 정오 모든 유골을 수습해 송광사로 옮겼다.

유골은 뼈를 빻는 쇄골(碎骨) 과정을 거쳐 다음 달 28일 송광사에서 열리는 49재 이후 비공개로 송광사 등에 뿌려질 예정이다.

송광사(순천)=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