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성실 공시했다간"…상장폐지ㆍ검찰수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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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ㆍ금감원ㆍ증선위 '3중망'…작년 70社로 급증H기업은 인수 · 합병(M&A) 과정에서 불성실 공시를 했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았다. 금감원은 조사 과정에서 분식회계 정황을 발견하고 상장폐지실질심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심사위는 분식회계뿐 아니라 지배구조의 취약성 · 매출 감소 및 향후 전망 불투명을 추가로 검사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증권선물위원회는 검찰수사 의뢰를 결정했다. 한국거래소가 '불량기업'에 대한 상장폐지를 쉽게 하고 검찰 · 금감원이 조사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준법감시 활동에 비상이 걸렸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화우는 최근 제1회 CEO포럼을 열고 "한국거래소가 과거보다 상장폐지에 주저함이 없고 금감원도 적극 동조하고 있다"며 "이 추세는 상당히 탄력을 받을 전망이며 기업들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검찰 역시 올해 시세조종 · 미공개정보이용 등을 중점 단속 수사대상인 '국부(國富)유출 범죄'로 지목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장폐지 가차없다
화우에 따르면 거래소가 2008년 9월 상장폐지실질심사제를 도입한 후 검찰 수사에 연루돼 비자발적으로 상장폐지된 사례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비자발적 상장폐지 기업은 희대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상장폐지된 UC-아이콜스 등 19개사에 불과했으나 심사제가 정착된 2009년에는 대검 중수부의 수사까지 받았던 케너텍을 비롯해 70개사에 달했다. 1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올해 1~2월 비자발적으로 상장폐지됐거나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도 20개에 달한다. 이숭기 화우 변호사는"심사위에 회부되면 기업이 상장폐지를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며 "주요 기준을 숙지하고 위배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실질심사위원회에 회부되는 기업의 주요 유형은 △공시의무 위반 △영업정지처분 발생 △횡령 · 배임사실 확인 △분식회계 포착 △회생절차 개시 등이다.
특히 심사위는 결산일 이후 증자자금의 사용실태를 조사하는 등 유상증자를 통해 실질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도 상장폐지 심사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G사는 경영권 양수도 과정에서 임원의 가장납입 및 횡령 사실이 드러나 심사위에 회부됐다. 이 회사는 횡령 당사자의 경영참여 배제를 선언하고 최대주주가 사모 유상증자 및 개선 계획을 제출하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상장폐지됐다. D사는 대표이사 1명의 횡령으로 상장폐지 대상으로 분류됐으나 기존 경영진 전원 사임 등 특단의 조치를 통해 겨우 상장폐지를 면했다. 금감원은 "본업이 아닌 타법인 지분출자나 테마주 투자 등 취약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거나 최대주주 변경이 잦은 기업에 대해서도 가급적 정밀조사 후 심사위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금감원 저승사자 라인
금감원도 거래소의 이 같은 조치에 맞춰 조사와 검찰 고발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금감원에 통보한 시세조종 건수는 2008년 42건에서 2009년 91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미공개정보이용 건수도 80건에서 116건으로 증가했다.
이들 기업에 대한 금감원의 내부 처리기준은 크게 A(검찰 고발) · B(수사 의뢰) · C(증권 발행 제한) · D(경고 등)로 나뉜다. 고발 기준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는지,경미한 결과인지,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지 등에 따라 결정된다.
금감원은 고의적으로 부당이득금(횡령 · 시세차익 등)을 5억원 이상 취득했다면 검찰고발 조치를 취하고 있다. 5억원 이하라도 대표이사나 정보담당 임원이 연루돼 있다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하고 있다.
강진원 화우 변호사는 "금감원 등 감독당국이 주식가치 평가를 통한 기업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기업은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대검찰청은 연초부터 상장기업 비리를 '고질적 국부유출 범죄'로 규정하고 광범위한 첩보 수집과 내사를 병행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선물 · 옵션 등 파생금융상품과 관련된 불공정거래 행위의 경우 과실 여부에 관계없이 수사기관에 통보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월 200억원대 파생금융상품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기관 관계자를 최초로 기소하고 파생상품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작년 말부터 3부 체제로 조직을 확충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는 최근 인사에서 공인회계사 출신 검사를 영입하는 등 전문 수사체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금조부 사건은 자료의 전문성과 방대함 때문에 한 건당 수사기간이 수개월에 걸릴 정도로 길었으나 최근 전문인력 확충을 토대로 적극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