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인 볼' 1벌타후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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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우승놓친 '박인비 사례'로 본 규칙
박인비가 14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대회에서 2벌타를 받은 것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선수는 "억울하다"고 말하고,JLPGA는 "볼이 움직였으므로 벌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플레이볼이 플레이어에 의해 움직이거나 어드레스 후 움직일 경우 어떻게 될까.
◆박인비 상황박인비는 대회 최종일 1번홀 그린에서 첫 퍼트가 홀 옆 50㎝에 멈추자 마크하지 않고 곧바로 홀아웃하려 했다. 연습 스윙을 두 차례 하고 어드레스하려는 순간 볼이 한 바퀴 반 굴러가 멈췄다. 바람이 불고,그린은 경사져 있어서 무슨 이유로 볼이 움직였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 상황이었다. 박인비는 어드레스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볼이 멈춘 자리에서 플레이를 속개했고 라운드를 마쳤다. 그런데 동반플레이어가 "1번홀에서 볼이 움직였는데 리플레이스하지 않고 쳤다"고 항의했다. 박인비는 2벌타를 받고 단독 1위에서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경기위원회의 판단
항의를 접수한 JLPGA 경기위원회에서는 그 상황이 담긴 테이프를 돌려보았다. 그리고 "볼이 움직인 원인이 선수에게 있기 때문에 박인비는 1벌타를 받고 볼을 원위치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2벌타를 부과한다"고 판정했다. 박인비는 "연습 스윙 때 퍼터헤드를 그린에 대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위원회는 "퍼터헤드가 두 차례 그린에 닿는 바람에 볼이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골프 규칙 18-2a는 '플레이어가 인플레이 볼을 움직이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 경우에는 1벌타를 부과한다. 그리고 볼은 원래 자리에 갖다놓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박인비는 그 규칙을 위반했기 때문에 일반의 벌로 2벌타를 받은 것이다. ◆볼을 움직이게 하면 어떻게 되나
인플레이볼을 플레이어가 움직일 경우 1벌타를 받은 뒤 볼을 제자리에 갖다놓아야 한다. 불이행시 2벌타다. 실수로 그랬든,연습 스윙을 하다가 그랬든 플레이어에게 페널티가 부과된다. 데이비스 러브3세는 2007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때 그린에서 연습 스윙을 하다 볼이 움직이자 1벌타를 부과한 것까지는 좋았는데,볼을 원위치하지 않고 홀아웃했다. 스코어카드에도 1벌타만 가산했으나 실은 2벌타를 가산해야 한다. 나중에 그 사실이 밝혀지면서 '스코어 오기'로 실격당하고 말았다. 실격이 아니었더라면 공동 7위로 상금 10만5000달러(약 1억2000만원)를 받을 판이었는데….
박지은도 아마추어 시절인 1997년 US여자오픈 때 황당한 경험을 했다. 볼 뒤에서 연습 스윙을 하던 도중 클럽헤드가 지면을 때리며 디봇(뜯긴 잔디)을 냈다. 공교롭게도 그 디봇은 저만큼 날아가더니 박지은의 볼을 건드렸다. 박지은은 1벌타 후 움직인 볼을 제자리에 갖다놓은 뒤 플레이를 속개했다. 페어웨이든 러프든 벙커든 그린이든 연습스윙을 할 때 볼이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일이다. 연습 스윙이 아닐지라도,플레이어가 볼을 움직이게 한 원인을 제공했을 때에도 같은 페널티를 받는다. 골퍼들이 더 신경 써야 할 점은 '어드레스 후' 볼이 움직이는 상황이다. 어드레스란 스탠스를 취하고 클럽헤드를 땅에 대는 것을 말한다. 일단 어드레스를 한 뒤에는 볼이 움직이면 플레이어 책임이다. 볼을 움직인 원인을 플레이어가 제공했든,바람이나 경사에 의해 볼이 저절로 움직였든 1벌타가 부과된다. 박인비의 케이스도 처음에는 어드레스 후 볼이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따라서 어떤 선수들은 볼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어드레스를 취하지 않고 클럽헤드를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 스윙을 한다. 파드리그 해링턴은 2008년 브리티시오픈 때 강풍이 불자 아예 퍼터헤드를 든 채 스트로크해 '영악한 해링턴'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