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의 비명] 여전한 '더블딥' 우려…'인플레 파이터' 퇴조…금리 오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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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증권사 "내년에야 인상"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나타난 '사상 초유의 저금리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저금리가 오래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은 이유는 우선 우리 경제가 아직까지도 본격 회복국면에 접어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간연구소들이 내놓은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5% 수준.하지만 지난해 성장률이 0.2%(한국은행 속보치)에 불과해 2년 평균을 내면 2.1~2.6%에 그친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4%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까지도 여전히 정상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진단이다.
세계경제가 여전히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차 하강)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저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점치게 만드는 요인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직후 기자회견에서 "주요 국가의 실업률이 여전히 높고 일부 국가는 국채 위기에 시달리는 등 금융과 재정분야의 위험요인이 존재한다"며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역시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해 출구전략의 조기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금리정책 결정권자들이 '매파'에서 '비둘기파'로 교체될 것이란 관측도 저금리 지속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선 이성태 총재가 김중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바뀐다. 심훈 박봉흠 등 2명의 금통위원 임기도 다음 달까지다. 이 총재와 심 위원은 '매파'로,박 위원은 '중도파'로 분류된다. 정부는 한은이 2008년 9월 리먼사태가 터진 직후 늑장 대처한 것에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비둘기파'를 중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정치 · 외교일정도 출구전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오는 6월엔 지방선거,11월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경기를 뒷받침하고 출구전략의 국제공조가 중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해 우리투자증권은 올 하반기 금리 인상이 불확실하다고 내다봤으며 대우증권은 금리 인상 시기를 내년 1분기로 전망했다. SK증권은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시작될 것이라며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4.4%대에서 3.9%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경우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