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스팩 3일째 상한가 "손대기 겁나네"

'공모가 수준' 대우스팩과 대조적
청약률도 제각각…투자자들 혼란
미래에셋증권이 설립한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후 사흘 연속 상한가로 치솟으며 과열 논란에 휩싸였다.

장외업체를 인수합병(M&A)해 장기로 수익을 노리는 스팩의 취지와는 반대로 투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팩들마다 별다른 차별성이 부각되고 있진 않지만 주가나 청약경쟁률 등은 제각각이라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유 없는 스팩 급등 현상은 제도 조기 정착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돼 감독 당국과 스팩 담당자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미래에셋스팩1호는 16일 가격제한폭인 2340원에 마감하며 지난 12일 코스닥 상장 이후 사흘째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짧은 기간 주가는 공모가(1500원)보다 56%나 뛰었다. 지난 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스팩 1호' 대우증권스팩이 이날 2.43% 떨어진 3615원에 마감해 여전히 공모가(3500원) 부근을 맴돌고 있는 것과 너무 뚜렷히 대비되는 움직임이다. 이는 미래에셋스팩의 개인투자자 지분희석률(발기인보다 높은 일반 공모가로 인한 주식가치 하락률)이 12%로 17%인 대우 스팩보다 상당히 낮다는 점을 감안해더라도 지나친 주가 급등이라는 분석이다. 제각각인 청약경쟁률도 혼란을 더하는 양상이다. 대우증권스팩과 미래에셋증권스팩은 각각 86.9 대 1(증거금 1조1415억원),163.6 대 1(8184억원)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지난 11일 마감한 현대증권스팩의 경쟁률은 2 대 1(100억원)에 그쳤다. 스팩마다 공모가격과 경영진이 다르긴 하지만 이처럼 주가나 청약경쟁률이 극명히 갈릴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미래에셋스팩의 가치는 공모금액인 200억원 수준으로 명확한데 주가가 이유없이 폭등하고 있어 수급으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팩 도입 초기단계에서 규모가 작은 미래에셋스팩에 단타 투기세력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가가 한방향으로 쏠린 것이란 해석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우스팩과 달리 미래에셋스팩은 투기세력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활동하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점과 단타족이 많은 키움증권이 주요 매매창구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미래에셋스팩1호는 총 발행주식 1393만여주 가운데 발기인 보호예수 주식(60만주),기관투자가들이 한동안 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주식(500만여주) 등을 빼면 유통가능 물량은 827만여주에 그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스팩 담당자는 "M&A 움직임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주가가 급등할 이유가 없는 데도 수급요인으로 폭등세를 타고 있어 크게 우려된다"며 "M&A 성사까지는 다른 스팩과 마찬가지로 1년이 넘게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투자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스팩 주가가 예상과 달리 단기급등 양상을 띠면서 본연의 목적인 장외 우량기업 M&A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팩 주가가 순자산가치(NAV)보다 높게 형성될수록 성장성이 높은 장외기업이 합병에 따른 주식교환 과정에서 불리할 수 있어 M&A 계약 성사가 쉽지 않게 된다.

안정적인 제도 정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묻지마'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접근해야 제도가 정착되고 투자자 피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