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野性프로젝트'…오지 개척자 사내 공모

앙골라 등 20곳 해외 주재원…젊은 직원에 전면 개방
"제2의 최지성 키워라"
삼성전자가 시리아,모잠비크,쿠바 등 오지 시장을 개척할 해외주재원을 사내공모를 통해 뽑기로 했다. 1980년대 중반 독일에 홀로 파견돼 황무지와 다름없던 유럽 반도체시장을 개척했던 최지성 사장의 후예들을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6일 "의욕과 모험심 있는 인재들에게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1,2급 오지로 불리는 20여개 지역 주재원을 사내공모를 통해 선발키로 했다"고 밝혔다. 주재원 지원 자격도 대폭 낮춰 보다 젊고 야심 있는 직원들의 도전을 가능케 했다. 이들이 개척해야 할 국가 중에는 나이지리아 케냐 수단 모잠비크 알제리 리비아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앙골라 등 아프리카 지역이 9개국으로 가장 많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아프리카총괄을 신설하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중동에서는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서남아시아에서는 파키스탄 스리랑카,중남미에서는 쿠바 에콰도르 파라과이 볼리비아 과테말라 도미니카,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러시아(예카테린부르크) 카자흐스탄 벨로루시 등이 포함됐다. 이들 국가의 대부분은 시장이 형성조차 안 돼 있어 1인 지사의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해외주재원을 대부분 담당 팀장과 후보자들 간 협의를 거쳐 선발해 왔다. 한 부장급 직원은 "간헐적으로 사내공모가 이뤄졌지만 이번처럼 해외주재원을 대규모 공모를 통해 뽑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침은 오지의 경우 억지로 직원을 보내도 큰 성과를 얻기 어려운 데다 관련 부서가 아닌 곳에서도 의지와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제도 개편을 통해 제2,제3의 '최지성'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사장은 삼성물산에 입사해 전자제품은 물론 이쑤시개 신발 가방 장갑 연필까지 판 데 이어 1980년대에는 삼성전자 프랑크푸르트 1인 지사장으로 나가 유럽 반도체시장 개척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현재 삼성전자 중동 · 아프리카지역 휴대폰 수출을 담당하고 있는 유정근 차장도 모델 케이스로 거론된다. 유 차장은 2005년 나이지리아 주재원을 자청, 1인 지사장으로 근무하며 첫해에만 무려 매출 5500만달러를 올리는 실력을 과시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