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인재경영] 두산그룹, 학점은 필요없다…스펙대신 심층면접 통해 '진짜 인재' 골라

두산그룹은 올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18% 늘린 1000여명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줄인 불황기일수록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인재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두산그룹 공채 지원 자격은 간단하다. 4년제 대졸 이상의 학력자로서 토익스피킹 테스트 130점(인문계),110점(이공계) 이상이거나 영어 말하기 시험인 오픽에서 'Intermediate mid'(인문계),'Intermidiate low'(이공계)를 받으면 된다. 두산의 입사지원 서류에는 학점 기입란이 없다. 이른바 훌륭한 '스펙'을 갖춘 사람보다 두산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사람을 뽑기 위한 것이다. 이는 서류전형에서부터 면접전형까지 일관성 있게 반영된다. 채용 절차는 입사지원서류 접수,바이오데이터 서베이,인 · 적성 검사,1차 면접,2차 면접으로 진행한다. 지난해 공채부터는 두산 바이오테이터 서베이(Doosan BioData Survey)를 적용해 두산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를 찾는 데 활용하고 있다.

서류전형에 합격하면 두산이 자체 개발한 종합 인적성검사인 DCAT(Doosan Comprehensive Aptitude Test)를 거친다. DCAT에는 직장 내 각종 갈등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를 보는 '정서역량'을 비롯해 인문계는 언어,수리,한자 능력 등을 이공계는 도식적 사고능력,수리분석능력,기계 이해능력,한자 능력 등을 평가한다.

두산의 면접전형은 비록 힘들지만 입사지원자의 만족도가 높다. 지원자가 자신의 성격,장단점부터 역량,가능성까지 모두 드러내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1차 면접은 구조화된 문답식 면접과 발표면접으로 나뉜다. 문답식 면접은 개별면접이지만 50분 정도 소요된다. 발표면접은 비즈니스 사례가 주어지면 지원자들이 자료를 작성해 개별 발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을 통해 지원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분석력,문제해결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회사 관계자는 "숫자로 우열을 매길 수 없는 지원자의 개성과 장단점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알기 위해 면밀한 면접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관문인 2차 면접은 최고 경영자 면접이다. 소요시간은 5분 내외지만 사장단 및 회장단까지 총출동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면 신입직원 환영행사 및 입문교육을 거쳐 두산그룹의 직원이 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두산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끊임없이 도전해 성과를 내는 사람,원칙을 지켜 함께 발전하는 사람,유연한 사고로 혁신을 주도하는 사람,글로벌 역량으로 도약을 이끄는 사람"이라며 "사람이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원천이라는 인재경영 원칙을 바탕으로 채용 과정에서부터 뛰어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