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패션쇼 즐기며 휴대폰으로 모델옷 쇼핑…6시간에 7억원5천만원 매출 '대박'

日 도쿄걸스 컬렉션
신문광고 웹캡에 비추면
종이속 모델이 살아서 '꿈틀'
루이비통 패션쇼 아이폰 생중계도
지난 6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의 대형 경기장 요코하마아레나는 2만8000여명의 인파가 몰려 발디딜 틈이 없었다. 대부분 10대 소녀들과 20~30대 젊은 여성들이었다. 1인당 5000~7000엔(약 6만3000~8만8000원)의 비싼 입장료를 아낌없이 내고 이들이 보고자 한 것은 일본 최대의 캐주얼의류 패션쇼인 '도쿄 걸스 컬렉션(Tokyo Girls Collection · TGC)'의 올해 봄 · 여름 시즌 행사였다.

130여명의 모델들이 차례차례 무대에 올라 우아하게 캣워킹하는 사이 패션쇼 관객들은 너도나도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모델이 입고 나온 옷 중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골라 실시간으로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이 패션쇼를 주최한 일본의 여성패션 및 정보포털업체 '걸스워커닷컴(girlswalker.com)'은 쇼에 나온 각각의 의상과 액세서리의 브랜드 및 가격을 미리 자사의 모바일 홈페이지에 게시했고,이 제품들을 어느 모델이 언제 착용하고 등장하는지 순서까지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

관객들은 휴대폰으로 여기에 접속해 클릭 몇 번만 하면 무대 위 모델들의 옷을 곧바로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6시간 동안 진행된 패션쇼 현장에서 올린 모바일 의류판매 규모는 약 6000만엔(약 7억5000만원)에 달했다.

◆모바일 기술과 만난'리얼 클로스'2005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씩 열리는 TGC는 일본 내에서 모바일 IT(정보통신) 기술과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캐주얼의류 중심의 '리얼 클로스(real cloth · 소비자들이 언제 어느 때든 편안히 입을 수 있는 옷)' 마케팅이 절묘하게 조화된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2005년 8월 1회 당시 관객 수는 1만2000여명이었으며,모바일 현장판매 매출은 1200만엔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9회 행사 땐 2만3000여명의 관객들이 몰려들었으며 매출도 첫 회보다 약 5배 불어난 5900만엔에 이르렀다. 매회 TGC에 참가하는 의류업체 수는 총 20여개로 이 가운데는 일본 SPA(디자인과 제조 · 유통을 한 기업에서 일원화) 브랜드의 1인자 유니클로와 미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인 질 스튜어트 등이 포함돼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TGC는 그동안 패션업계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모바일 판매전략 도입과 의류시장 최고의 고객층인 10~20대 여성들의 구매 욕구 자극을 동시에 성공시켰다"며 "IT기술을 통해 일부 특수계층의 전유물이었던 패션쇼를 일반 고객들에게 활짝 열어 놓았다"고 평가했다.

◆명품 패션업계의 3D 영상 마케팅'런웨이(runway · 패션쇼 무대)'와 IT의 만남은 유럽 명품의류 업계에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가 가장 대표적이다. 버버리는 지난달 23일 런던 첼시예술대학에서 열린 2010년 가을 · 겨울 시즌 패션쇼를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 및 로스앤젤레스,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일본 도쿄 등 세계 5개 도시에서 3D(3차원) 영상으로 생중계했다.

프랑스 명품 패션기업 루이비통도 지난 10일 파리에서 열린 2010~2011년 가을 · 겨울 시즌 여성복 패션쇼를 아이폰을 통해 중계했다. 영상을 접한 접속자 수가 70만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이탈리아 캐주얼 브랜드 베네통은 광고에 최근 IT업계 화두 중 하나인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 현실 위에 가상의 정보를 덧입혀 보여주는 기술)'을 차용해 '움직이는 광고'라는 컨셉트를 등장시켰다. 베네통은 지난 2월부터 신문 · 잡지의 인쇄광고 위에 바코드를 삽입,자사 홈페이지에서 이를 웹캠에 비추면 광고 속 모델이 눈 앞에서 동영상으로 바뀌어 움직이는 영상이 나오는 방식의 광고를 하고 있다.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경기침체와 디지털화는 명품 패션업계로 하여금 그동안 극소수 VIP만을 대상으로 했던 폐쇄적인 유통과 홍보전략을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겼다"고 말했다.

그는 "IT기술은 현재 온 패션업계를 열광시키고 있다"며 "단 수십명의 고객들만 접할 수 있던 우리 제품을 세계 1억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는 건 너무나 흥분되는 일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