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리스 차관 합의했지만…

모럴해저드 우려ㆍ獨 반대여론 비등
재무장관회의, 지원규모 결정 또 미뤄
유로존 국가들이 '필요할 경우' 그리스에 수십억 유로의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밝히지 않은 데다 최종 지원 여부 결정도 '앞으로 있을' 유럽연합(EU) 정상회의로 미뤄 여전히 '정치적 수사'에 머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AF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15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들이 필요시 그리스와 유로존 개별 국가 간 쌍무계약에 따른 차관 제공 방식으로 그리스를 재정 지원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유로존이 그리스 대출에 보증을 서는 방안은 지원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그리스가 아직 공식적으로 금융 지원을 요청하진 않았지만 만약 요청할 경우엔 유로존 국가들이 조율된 방식으로 신속하게 상호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있을 EU 정상회의에서 규모나 형태 등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는 25~26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재정 지원이 최종 결정될지는 불분명하다.

EU 외교가에선 4~5월 만기가 돌아오는 그리스 정부의 채무가 약 200억유로에 달하는 데다 재정적자 위기가 발생한 후 국채 금리가 급등해 그리스 정부의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점 등을 감안,그리스가 최소 250억유로가량의 재정 지원을 필요로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유로존이 그리스에 대한 구체적인 재정 지원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그리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에서 그리스 지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데다,EU 회원국의 도덕적 해이를 용인하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에 대한 재정 지원을 실시할 경우,지원 대상이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