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끝없는 위안화 갈등…속내는 '10% 전쟁'

10%대 실업률 발등의 불
美의회, WTO 제소압박…中은 성장률 10% 지키기
미국과 중국 사이의 위안화 환율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위안화는 인위적으로 저평가돼 있지 않다고 하자 미국 의회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성장률 10% 지키기에 안간힘인 중국과 실업률 10%를 해소하려는 미국의 '텐 프로(10%)' 전쟁이다. 여기에 양국의 국내 정치적인 논리마저 가세해 기름을 붓고 있는 격이다. 미 의회 의원 130명은 15일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게리 로크 상무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냈다. 재무부가 다음 달 15일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공식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상무부에는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에 선별적인 상계관세를 부과하라고 촉구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및 다른 국가들과 공조해 위안화 절상을 압박해야 하고,이어 WTO에 중국을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폐막한 직후 "위안화가 결코 평가절하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1일 위안화 절상을 재차 촉구한 데 따른 대응이었다.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양국의 경제 · 정치 · 사회적인 이해 득실 주장도 판이하다. 미 의회는 위안화가 30~50% 저평가돼 있어 미국 내 수백만개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10%에 육박하는(지난 2월 9.7%)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절상이 절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올리비에 블랜처드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가 20% 절상되면 미 경제가 1% 성장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더욱이 미국은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고공 행진하는 실업률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가 오는 24일 중국 환율정책의 영향과 관련한 청문회를 열겠다고 부산을 떠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의 앓는 소리도 못지않다. '화폐전쟁'의 저자인 쑹훙빙은 위안화가 10% 절상되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2%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상무부는 위안화 가치를 2.3% 이상 올리면 수출기업이 당장 적자로 돌아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아직 취약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10% 이상 성장을 달성했지만 정부의 막대한 재정 투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재정투자와 함께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수출이 조금이라도 악화되면 타격은 상상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이 요구하는 만큼 위안화 가치가 급등할 경우 중국이 받을 정치 · 사회적 충격은 우선 실업자 양산으로 나타난다. 도시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임금의 농민공들까지 일자리 불안이 커진다면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집값 급등으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중국 공산당 체제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미국 압력에 또다시 굴복한다는 모양새도 중국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렵다. 중화부흥을 집권 2기의 키워드로 내건 '후진타오 지도부'로서는 주권 도전으로 인식해 받아들이기 싫은 상황이다.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오바마 대통령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 중국을 자극해왔던 터다.

이날 미 채권시장에서는 중국의 미 국채 매도 공세가 강화될 것이란 소문이 잠시 돌았지만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는 전날보다 0.01%포인트 하락한 연 3.70%를 기록했다. 양국의 환율 공방에도 시장의 교란 요인으로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 연속해 총 493억달러어치의 미 국채를 판 것으로 나타났다. 1월 중국의 미 국채 보유잔액은 8890억달러로 세계 1위다.

베이징=조주현/워싱턴=김홍열/뉴욕=이익원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