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따르다보니…" 금융社 사외이사 구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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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기업엔 자격요건 강화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사외이사 후보 3명을 확정한 KB금융지주는 후보 선정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사외이사제도 모범규준'에 적합한 후보를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서다.
CEO 출신 뽑기 어려워져…교수ㆍ공무원 출신만 늘어나
KB금융지주는 지난달 10일 외부 전문가 5명으로 이뤄진 '사외이사 후보 인선자문단'을 구성,10명의 사외이사 후보군을 작성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사추위가 심사한 결과 한 명을 제외한 9명이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저촉돼 탈락했다. 자문단은 부랴부랴 다시 회의를 열어야 했고 새로운 기준에 맞춘 5명의 후보를 추가로 올린 뒤에야 최종 사외이사 후보자를 확정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가 이경재 전 중소기업은행장,고승의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이영남 이지디지털 사장이었다. 사외이사제도 모범규준에 따르면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금융사와 거래실적의 합계액이 금융사의 자산총액 또는 영업수익의 10% 이상인 기업 △금융사와 매출총액의 10% 이상 금액에 상당하는 단일 거래 계약을 체결한 법인 △금융사로부터 자본금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를 차입한 기업 등의 임원은 해당 금융회사의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못하도록 했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은 여러 금융사와 거래하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 임원이나 CEO(최고경영자)는 금융회사 사외이사가 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다.
KB금융의 경우 당초 후보군에 포함된 10명 중 7명이 기업인 출신이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임원이나 CEO 출신을 사외이사로 등용하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큰 도움을 받는다"며 "매년 전산시스템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쓰는 은행들은 IT(정보기술)기업 출신 사외이사의 필요성이 큰데 모범규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IT 전문가를 영입하기조차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하나금융의 경우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들이 임기 만료와 함께 떠난 자리를 대학교수 2명이 메웠다. 신한금융은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을 새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