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원자재값…기못펴는 타이어·제지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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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올들어 10% 가까이 하락
제지는 칠레 지진으로 펄프값 올라 직격탄
타이어업종 대표주인 한국타이어 주가는 올 들어 9.61% 떨어졌다. 올해 코스피지수 하락률(2.07%)을 크게 웃돈다. 인쇄용지 업체인 한국제지는 작년 말에 비해 주가가 약 23%나 빠졌다.
이들 종목이 고전하고 있는 공통적인 원인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타이어주는 천연고무,제지주는 펄프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주가가 힘을 못 쓰고 있다. 철광석과 슬래브 가격의 강세로 철강주들도 부진하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진정돼야 주가가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값 급등 직격탄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타이어 원료인 천연고무 가격은 지난해 2월 말 t당 1354달러에서 1년 만인 이달 5일에는 3200달러까지 급등했다. 합성고무인 부타디엔 가격도 같은 기간 545달러에서 1920달러로 250%나 올랐다. 김용수 SK증권 연구원은 "고무나무 작황이 나쁜 데다 동남아 국가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에 따라 타이어주들은 실적 악화 우려로 주가가 내림세를 타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최근 공장가동률이 100%에 이를 정도로 업황은 호조세지만 원자재 비용 상승이 발목을 잡고 있다. 경쟁사인 넥센타이어 주가 역시 올 들어 17% 이상 하락했다. 제지주는 칠레 지진의 여파로 펄프 값이 뛰어 고전하고 있다. 김기영 SK증권 연구원은 "칠레 펄프공장은 지진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펄프 칩을 공급하고 생산 제품을 운반하는 도로 항만 등 인프라가 타격을 입었다"며 "가뜩이나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작년 2월 말 t당 490달러 수준이던 펄프 가격은 1년 새 700달러로 급등했다. 지난해 국내 펄프 수입량 195만t의 23%인 44만t이 칠레에서 들여온 물량이다. 이런 탓에 한솔제지 한국제지 무림페이퍼 등 주요 제지주들은 코스피지수 반등기에도 주가가 힘을 못 받았다.
문제는 펄프 가격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정서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핀란드의 항만 파업까지 겹치면서 비수기인 2분기에 펄프 값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중국을 제외하면 2013년까지 펄프 증설이나 가동 확대 계획이 없어 펄프 공급 부족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가격 전가 여부 따라 주가 차별화될 것철강주도 올 들어 눈에 띄게 부진한 업종이다. 철광석 슬래브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이익 전망이 나빠진 것이 주요인이다. 실제 지난주 신일본제철(JFE)과 호주 광산업체 BHP가 원료탄 가격 협상에서 작년보다 55% 오른 t당 200달러에 2분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비용 부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김경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료탄에 이어 철광석도 분기 단위로 공급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과거 연간 단위로 체결되던 계약을 분기마다 갱신하면 원자재 가격 등락에 따라 철강주들의 이익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호주산 철광석의 계약가격은 평균 t당 72달러에 그쳤지만 시장 거래가격은 올 들어 t당 125~130달러로 60% 이상 급등했다. 이에 따라 철강업체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원자재 구매비용은 20~25%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원가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종목별로 주가가 차별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시장 지배력이 약한 중소형사들은 상대적으로 주가 약세가 오래 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전승훈 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국내 철강사들이 늘어난 원료비를 제품가격에 한꺼번에 반영하긴 쉽지 않다"며 "원가의 일부라도 가격에 전가할 능력이 있는 포스코 현대하이스코 등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김경중 연구원도 "현대제철처럼 안정적인 수요처가 있는 업체나 광산 투자를 통해 원료 자급 비율을 높인 중대형 철강사들은 부담을 덜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지주도 펄프 의존도에 따라 영향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전량 펄프만 사용하는 인쇄용지 업체보다는 고지를 원료로 쓰는 산업용지를 병행 생산하는 제지업체들의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정서현 연구원은 "매출 중 인쇄용지 비중이 55%로 낮은 한솔제지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다"고 소개했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