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우승이 면죄부?…우즈, 5개월 공백 깨고 출격 선언

● 3주 후 투어 복귀하는 '골프 황제'
코스 친숙·파파라치 접근 어려워
메이저 우승으로 명예회복 노려
"마스터스는 내가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대회이고,매우 존중하는 대회다. 게임에서 벗어나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오거스타에서 시즌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느끼고 있다. "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5 · 미국)가 17일(한국시간) 투어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한 말이다. 지난해 11월 의문의 교통사고와 잇단 불륜설,그리로 재활 등으로 칩거하다시피 했던 우즈는 이로써 근 5개월 만에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마스터스는 4월8~11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다. 우즈의 복귀 무대가 되면서 2010마스터스는 골프 역사상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대회가 될 전망이다. ◆왜 마스터스인가미국PGA투어는 홈페이지를 통해 '우즈가 마스터스를 택한 이유'로 통제된 환경,수준 높은 갤러리 매너,우즈에게 친숙한 코스,준비 시간,시즌 첫 메이저 대회,높은 우승 가능성 등을 들었다.

마스터스는 아무 기자에게나 취재 허가증을 내주지 않고,입장권도 몇 년씩 기다린 소수에게만 판매한다. 우즈로서는 자신의 스캔들을 확대 재생산했던 인터넷 매체와 파파라치 등의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더러 혹시 있을지 모르는 돌발 상황에 대한 위험도 그만큼 작다.

우즈는 또 1997년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시작으로 이 대회에서만 네 차례 우승했다. 그런 만큼 오거스타내셔널GC에 대한 애정이 깊고 코스 구석구석을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다. 우즈가 우승하면 그간의 추문을 일거에 날릴수 있고,다른 선수가 우승하면 메이저대회 챔피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짐으로써 우즈는 관심 밖으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마스터스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예전 기량 보여줄까

우즈는 대회에만 나가지 않았을 뿐 집 근처 골프장에서 복귀를 준비해왔다. 체력훈련은 물론이고 스윙연습,라운드도 병행해왔다. 마스터스까지 남은 3주간 최대한 컨디션을 끌어올릴 것이 분명하다.

노타 비게이3세,마크 오메라 등 그와 절친한 동료 프로들은 "우즈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마스터스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요컨대 5개월의 공백에도 불구,그의 기량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것.그러면서 2008년의 예를 들었다. 당시 우즈는 마스터스에서 3위를 한 뒤 무릎수술을 하느라 2개월여 쉬었는데,공백기 후 처음 나간 US오픈에서 우승했다. 반면에 심적인 부담과 상처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2006년 5월3일 아버지를 여의고 한 달 보름 후 나간 US오픈에서 이틀 연속 6오버파를 친 끝에 커트 탈락한 것이 그 예라는 것.

또 "나는 약 2개월간 치료를 받았고 지금도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투어에 복귀하지만 아직 내 인생에서는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한 우즈의 말에서 보듯 '교통사고-스캔들-치료' 과정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부분도 그에게는 짐이 될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우즈가 1라운드를 치른 뒤에야 그의 기량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승 가능성은도박업체들은 우즈가 복귀한다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베팅을 했다. 영국 윌리엄 힐은 우즈가 우승할 가능성에 대해 배당률을 4-1로 평가했고,올해 4개 메이저대회를 휩쓸 가능성은 25-1로 높게 예상했다.

배당률 4-1은 우즈가 우승한다는 데 100달러를 걸어 적중하면 400달러를 준다는 뜻이다. 배당률이 낮다는 것은 우승 가능성이 높아 많은 사람들이 우즈의 우승 쪽에 베팅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밖 선수들의 우승 가능성은 필 미켈슨이 6-1,파드리그 해링턴이 16-1이었다. 또 다른 도박업체 래드브록스는 한술 더 떠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가능성을 3-1까지 쳤다. 미켈슨은 7-1이었다. 도박업체들은 우즈가 통산 다섯 번째로 그린 재킷을 걸칠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