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창조 콤플렉스와 트리즈
입력
수정
"먼저 피할 수 없는 트렌드,예를 들면 물부족 심화, 종교갈등 격화, 전자정부 정착, 고령화, 출산율 저하, 개인주의 팽배 등을 적는다. 이 가운데 회사의 비즈니스와는 가장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을 골라 억지로 연결시키는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
'빅싱크 전략'이 사용하는 아이디어 창출법의 골자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억지로' 결합한다는 것이다. '억지로' 해야 한다는 말을 점잖게 표현하면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으로 문제를 좁히면 창의적 사고훈련법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에서 개발된 트리즈(TRIZ)는 바로 이런 의미를 갖고 있는 경영혁신 방법론이다. '발명 문제 해결이론'이란 뜻을 가진 러시아어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다. 트리즈가 '억지로' 사용하는 방법론은 40가지 해결원리다. 지난주 열린 '글로벌 트리즈 컨퍼런스'는 트리즈 관련 국제회의로는 국내에서 사실상 처음 개최된 행사였다. 창의적 문제 해결에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틀 동안 열린 포럼에 매일 200여명이 자리를 지켰고, 밤 10시까지 이어진 전문가 세션도 빈자리가 없었다. '억지로'라도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론이 있다는 것 자체가 뉴스였던 모양이다. 6시그마에 이어 국내에서도 트리즈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트리즈는 그 탄생부터가 흥미롭다. 러시아의 해군장교였던 발명가 겐리히 알트슐러(1926~1998)가 감옥살이를 하면서 체계화한 이론이다. 그는 스탈린의 과학 정책을 비판했다가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다. 옆방에는 노벨상 후보를 비롯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세상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는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후 그와 그의 제자들은 200만건 이상의 특허들을 조사해 공통적인 모순과 해결법을 고안했다. 이후 트리즈는 페레스트로이카로 서방세계에 알려지기 전까지 러시아 학생들을 위한 창의력 교육 프로그램으로 사용됐다. 알트슐러는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라면 수백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이 방법을 이용하면 15분 만에 새로운 발명을 해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리즈 포럼을 주관하면서 풀린 의문이 있다. 왜 트리즈가 6시그마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을까. 가장 큰 원인은 이것이 러시아 산(産)이라는 데 있었다. 비즈니스와 사회주의 국가 러시아를 연결시키면 누구라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는 일부 나라에서는 트리즈라는 단어가 어감이 좋지 않다는 것도 외국 전문가들의 전언이었다. 새롭게 들은 얘기도 있었다. 말레이시아의 창의력 교육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선 13살짜리 아이들에게 트리즈를 활용한 창의력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이론이 아니라 실전이었다. 기업이 겪고 있는 문제를 던져주고 아이들의 눈을 통해 그 해결법을 찾는 방식이다. 아이들이 막히면 트리즈의 방법론 몇 가지를 알려준다. 그 프로젝트명이 '내가 말레이시아를 바꾼다(I Change Malaysia)'라고 한다. 우리 기업에서 이뤄지는 창의력 교육에 비교하면 중진국의 혁신 사례가 부럽기까지 했다. 창의력과 창조경영이 망령처럼 떠돈 지 10여년, 트리즈가 한국의 비즈니스 지평을 '억지로'라도 바꿔주기를 기대한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
'빅싱크 전략'이 사용하는 아이디어 창출법의 골자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억지로' 결합한다는 것이다. '억지로' 해야 한다는 말을 점잖게 표현하면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으로 문제를 좁히면 창의적 사고훈련법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에서 개발된 트리즈(TRIZ)는 바로 이런 의미를 갖고 있는 경영혁신 방법론이다. '발명 문제 해결이론'이란 뜻을 가진 러시아어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다. 트리즈가 '억지로' 사용하는 방법론은 40가지 해결원리다. 지난주 열린 '글로벌 트리즈 컨퍼런스'는 트리즈 관련 국제회의로는 국내에서 사실상 처음 개최된 행사였다. 창의적 문제 해결에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틀 동안 열린 포럼에 매일 200여명이 자리를 지켰고, 밤 10시까지 이어진 전문가 세션도 빈자리가 없었다. '억지로'라도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론이 있다는 것 자체가 뉴스였던 모양이다. 6시그마에 이어 국내에서도 트리즈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트리즈는 그 탄생부터가 흥미롭다. 러시아의 해군장교였던 발명가 겐리히 알트슐러(1926~1998)가 감옥살이를 하면서 체계화한 이론이다. 그는 스탈린의 과학 정책을 비판했다가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다. 옆방에는 노벨상 후보를 비롯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세상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는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후 그와 그의 제자들은 200만건 이상의 특허들을 조사해 공통적인 모순과 해결법을 고안했다. 이후 트리즈는 페레스트로이카로 서방세계에 알려지기 전까지 러시아 학생들을 위한 창의력 교육 프로그램으로 사용됐다. 알트슐러는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라면 수백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이 방법을 이용하면 15분 만에 새로운 발명을 해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리즈 포럼을 주관하면서 풀린 의문이 있다. 왜 트리즈가 6시그마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을까. 가장 큰 원인은 이것이 러시아 산(産)이라는 데 있었다. 비즈니스와 사회주의 국가 러시아를 연결시키면 누구라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는 일부 나라에서는 트리즈라는 단어가 어감이 좋지 않다는 것도 외국 전문가들의 전언이었다. 새롭게 들은 얘기도 있었다. 말레이시아의 창의력 교육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선 13살짜리 아이들에게 트리즈를 활용한 창의력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이론이 아니라 실전이었다. 기업이 겪고 있는 문제를 던져주고 아이들의 눈을 통해 그 해결법을 찾는 방식이다. 아이들이 막히면 트리즈의 방법론 몇 가지를 알려준다. 그 프로젝트명이 '내가 말레이시아를 바꾼다(I Change Malaysia)'라고 한다. 우리 기업에서 이뤄지는 창의력 교육에 비교하면 중진국의 혁신 사례가 부럽기까지 했다. 창의력과 창조경영이 망령처럼 떠돈 지 10여년, 트리즈가 한국의 비즈니스 지평을 '억지로'라도 바꿔주기를 기대한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