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 없는 고용시장] 공공부문 일자리 첫 감소…희망근로·청년인턴 결국 '부메랑'

● 공공지표 왜 개선 안되나

지난달 민간 채용 늘었는데 공공부문 1만7000개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고용 없는 경기회복' 우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일터에서 쫓겨난 샐러리맨들이 급증해 실업률이 한때 8%대로 치솟았다. 하지만 당시 실직자들은 음식점 등 소규모 점포 창업에 대거 나서면서 자영업으로 흡수돼 고용은 생각보다 빨리 회복했다.

200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양상은 전혀 다르다. 경기는 외환위기 당시보다 훨씬 빠르게 좋아지고 있지만 고용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으며 공공 일자리 지원에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지표는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이유는 바로 '공공 일자리'에 있다. 공공 일자리 사업을 계속하면서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 의존형 구직자 40만명

17일 발표난 통계청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 개선을 위해 정부가 동원한 공공부문 일자리(희망근로,공공 행정인턴)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끊겨 실업자를 양산했다. 지난해 11월 31만8000명이던 공공부문 신규 취업자는 재정 지원이 중단되면서 12월 15만1000명,올해 1월 1만6000명으로 급감했고,2월에는 민간 부문에서 14만2000개의 일자리가 증가(전년 동월 대비)했지만 공공부문에서는 1만7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공부문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공공 일자리에만 의존하는 단기 취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공공 일자리 지원이 끊기는 순간 곧바로 실업자로 전락하는 '사실상 실업자군(群)'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공공 일자리에 기대어 스스로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는 재정 의존형 실업자가 40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상의 실업자 500만명 육박

임시로 만든 공공 일자리는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준(準)실업 상태다. 정상적인 근로자라고 볼 수 없는 사람(주 18시간 미만 취업자,'그냥 쉬었다'는 응답자,구직단념자,취업준비자 등)은 지난해 11월 380만1000명에서 12월 430만1000명,올해 1월 461만9000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공공부문 일자리까지 실업에 포함시킬 경우 사실상 실업 상태인 인구는 지난해 12월 445만2000명,올 1월 463만5000명에 달한다. 이를 감안한 사실상의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16.8%에서 올 1월 17.5%까지 높아진다. 2월에는 민간 부문 일자리가 약간 늘기는 했지만 공식 실업자에 준 실업자,공공부문 일자리를 합치면 사실상의 실업 인구는 495만2000명으로 1월에 비해 34만명가량 더 늘어났다. 사실상의 실업률도 18.6%에 달한다.

◆고용 언제 회복되나

작년 말 중단한 희망근로와 청년인턴 등 공공 일자리 사업은 3월부터 일부 재개됐다. 때문에 3월부터는 고용 사정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일부 제조업에서 취업자 수가 소폭 증가세를 보이는 등 민간 부문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다"며 "3월부터는 실업률이 4% 초반이나 3% 후반대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공공 일자리 지원 규모가 작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희망근로사업의 경우 대상 인원이 작년 25만명에서 올해 10만명으로,공공부문 청년인턴도 9만7000명에서 올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문제는 임시 일자리를 지원하는 공공사업이 이어질 경우 여기에 의존하는 계층만 늘어날 뿐 근본적인 고용지표 개선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서비스업 등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부문의 투자를 유도해 민간 고용이 스스로 되살아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종태/이태명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