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120년만에 백열전구 제조 중단

[한경닷컴] ‘일본 전자업계의 산 증인’으로 통하는 도시바가 120년만에 백열전구 제조를 전면 중단했다.

도시바는 지난 17일을 끝으로 일본 중부 도치기현에 있는 조명기기 자회사 도시바라이텍의 가누마 공장에서 백열전구의 생산라인을 폐쇄했다.사사키 노리오 도시바 사장은 “일본의 모든 가정이 LED(발광다이오드)전구로 조명기구를 바꾸면 연간 1400만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며 “일본 최초로 백열전구를 만들었던 도시바이기 때문에 그 어느 업체들보다도 더 빨리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LED전구의 소비전력은 백열전구의 8분의 1 수준인데다 수명도 약 40배 길어 최근 차세대 친환경 조명기기로서 크게 각광받고 있다.일본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25% 감축한다는 목표에 따라 도시바를 비롯한 각 전자기업에 전력 소모가 많은 백열전구를 2012년까지 LED전구로 모두 교체생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도시바는 지난 2008년 백열전구의 생산중단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작년엔 6개 생산라인 중 5개의 가동을 종료했다.경쟁사들에 앞서 작년 3월부터 가정용 LED전구의 시판에 들어갔던 도시바는 오는 2015년까지 LED 조명기구 부문에서 연 매출 3500억엔(약 4조4000억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일본에서 백열전구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건 ‘일본 전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후지오카 이치스케가 미국에서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으로부터 전구 제작기술을 배운 뒤 1890년 도시바의 전신인 하쿠네쓰샤(白熱舍)에서 최초로 생산을 시작했을 때였다.초기엔 하루 300개도 채 못 만들었지만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지금까지 만든 백열전구 수는 총 40억7000만여개에 달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