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삶이라는 지붕에 뚫린 '슬픔의 구멍' 메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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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동행 | 미치 앨봄 지음 | 이수경 옮김 | 살림 | 352쪽 | 1만2000원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저자 미치 앨봄은 어느날 추도사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의뢰인은 앨봄이 다녔던 유대교 회당의 존경받는 랍비 앨버트 루이스.유대인이긴 하지만 신앙심이 깊지 않았던 앨봄에게는 늘 어려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생각 끝에 렙(앨버트)의 부탁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앨봄은 그와 개인적인 만남을 이어간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양말에 샌들을 신은 평범한 노인인 렙은 곧 앨봄에게 인생의 스승이 된다. 예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주인공이자 앨봄의 은사였던 모리가 그랬듯이.
앨봄의 신작 《8년의 동행》은 전작처럼 저자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책에서 앨봄은 렙과 8년을 함께 지내면서 얻은,사소하지만 놀라운 깨달음을 펼쳐 보인다. 앨봄에게 "아름답지 않은가? 인생 말이야"라는 말을 건넨 렙은 경건한 삶에서 뽑아낸 지혜를 들려준다. 행복의 비결에 대해서는 "만족할 줄 아는 것,감사할 줄 아는 것,그래 그게 전부야"라고 말한다. 죽음을 앞둔 렙이 '완성된 스승'이라면,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 헨리 코빙턴은 '노력하는 스승'이다. 낡은 교회의 목사로 가난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헨리에게는 놀라운 과거가 있었다. 마약상이었던 헨리는 급기야 자신마저 중독돼 다른 마약상들을 습격하고 마약을 훔친다. 마약에서 깨어난 다음 마약상들의 복수가 두려워진 헨리는 총을 들고 자신과 가족을 지키면서 '제 삶을 당신에게 바치겠다고 약속하면,오늘 밤 저를 살려주시겠어요?'라고 신에게 빈다.
정말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그날 밤 헨리는 다시 태어난다.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게 되었지만 그는 "선행으로 점수를 따서 과거의 죄를 상쇄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면서 늘 참회하는 인물이다.
인종,종교,상반된 인생 이력 등 많은 차이가 있지만 렙과 헨리는 근본적으로 비슷한 사람이다. 신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고 있는 둘을 바라보며 앨봄은 자신이 깨달은 바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우리는 누구나 삶이라는 지붕에 구멍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구멍,슬프고 불행한 일이 거센 바람처럼 몰아쳐 들어오는 구멍 말이다. …(중략) 믿음만 있으면 그 구멍을 수리할 수 있음을,사람들이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확실히 믿게 되었다.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