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간 이건희' 숨겨진 성공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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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스토리-생애와 리더십 | 이경식 지음 | 휴먼앤북스 | 512쪽 | 2만원어린 시절 용돈을 달라거나 새 운동화,학용품을 사 달라고 하면 부모들은 흔히 이렇게 말했다. "니가 이병철이 아들이냐?" 1960~70년대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은 '돈병철'로 불렸던 한국 최고의 부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건희 스토리》의 저자는 '이병철의 아들'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궁금해졌다. '이병철의 아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누구인가.
저자는 스스로 제기한 이 물음에 대해 정밀한 자료 수집과 균형 잡힌 시각,극적 구성으로 답을 찾아간다. 이를 위해 외로운 유학생활로 점철된 어린 시절부터 삼성의 후계자가 되기까지의 과정,후계자가 된 이후에도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도쿠가와 이에야스처럼 지루한 기다림을 견뎌야 했던 시절,그리고 신경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삼성을 온전하게 장악하며 자신의 시대를 열기까지 이 전 회장의 삶을 촘촘하게 재구성했다. 아울러 1등을 향한 무한경쟁 속에서 생겨난 오점과 얼룩,논란과 최근의 특별사면에 이르기까지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극적인 삶에서 그가 발휘한 리더십의 실체를 영화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이 전 회장이 삼성이라는 기업의 일인자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로부터 존경받는 부자로서,'인간 이건희'로서 존경과 부러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스노볼》 《투자전쟁》 등 다수의 번역서를 낸 저자의 역량을 살려 극적이고 흥미진진하게 책을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