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주택 크기 줄이고 금융자산 늘려야…中·원자재펀드 매력"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소 상무

부동산시장 장기 하락기 돌입
2015년전 '마지막 불꽃놀이' 있겠지만…투기세력 많았던 곳일수록 하락폭 클것

"2015년 전에 부동산 시장의 마지막 불꽃 놀이가 한 번 펼쳐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돌이킬 수 없는 하향세가 지속될 겁니다. " "지금이라도 주택 규모를 줄이고 금융 자산을 늘려야 합니다. 중국과 원자재 관련 펀드를 추천합니다. "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소 상무(49)의 주장은 '겁이 날 정도로' 명쾌했다. 최근 '경제를 보는 두 개의 눈'이라는 책을 출간한 그는 주류 경제학자로서는 드물게 자산시장 및 개인 재테크와 관련해 명확한 소신을 피력했다. 이른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하기 힘든 이야기다. 그는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 불길한 예언이지만 누군가는 말해야 겠기에 펜을 들었다"며 주택시장이 장기하락장에 접어들 것을 경고했다. 한 상무는 집값이 필연적으로 하락하는 첫번째 원인으로 인구구조의 변화를 지목했다. "베이비붐이 한창이었던 1950년대 후반 당시,440만~550만명 수준(5년간 합계)까지 늘어났던 신생아 수가 최근 5년간 240만명으로 반감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한 상무는 "일본과 미국도 이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를 피해가지 못했다"며 "일본의 전후 세대인 단카이 세대의 퇴진으로 1991년부터 일본 집값이 장기 하락세에 접어들었으며 미국도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한 2006년부터 집값 약세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가처분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가계부채도 문제다.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80%에 육박하고 있어 거품이 꺼지기 직전인 1990년 일본 수준(82%)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한 상무는 "차입을 통한 투자와 이에 따른 집값 상승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여전히 주택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해 그는 "'합리적 기대가설'이 아닌 '적응적 기대가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기 보다 과거 50년간의 경험에 기댄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 상무는 "지난 50년간은 도시화에 따른 인구집중,지속적인 인구 증가,소득수준의 향상 등 집값 상승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요인이 지속되며 집값이 올랐다"며 "앞으로 5~10년 내에 이 같은 상승요인이 약해지거나 의미를 잃어버리는 만큼 집값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서울 강남권 등 버블세븐 지역의 충격이 가장 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투기수요가 많이 유입된 지역일수록 가격 하락폭이 클 것"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 때 이들 지역 집값이 많이 떨어진 것이 단적인 예"라고 근거를 설명했다. 분당과 일산을 제외한 신도시와 택지지구들도 가격 하락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근무지가 집중돼 있는 서울에서 멀어지는 만큼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한 상무는 "일본 도쿄 주변을 봐도 우리나라의 2기 신도시에 해당하는 지역에는 노인들 밖에 살지 않는다"며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현재 2기 신도시에 과잉 공급돼 있는 상업용지도 필연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에 대해서도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앞으로 10년간 서울 시내에 오피스빌딩 연면적은 정확히 2배 늘어나는데 경제성장률은 연 5%를 유지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상무는 "선호도 2,3급 빌딩의 공실률은 20%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지금의 빌딩 매매가를 꼭짓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주택시장 침체에 이어 장기 하락세가 곧바로 시작될 것인가. 한 상무는 "한번 정도의 마지막 불꽃 놀이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비붐의 막차를 탄 1973년생들이 40세가 되는 2015년까지는 주택 수요가 받쳐줄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재작년부터 줄어들고 있는 신규분양으로 내후년부터는 수급불균형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유동성이 풀린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되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마지막 집값 급등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았다. 한 상무는 그러나 "가능하다면 지금부터 부동산 자산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늘리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마지막 불꽃 놀이를 즐기려 집을 여러 채 보유하거나 새로 매입하려 하다가는 마지막 매도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질문은 앞으로 어디에 투자해야 할 것인가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한 상무는 '중국'과 '원자재'를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중국은 향후 성장 여력이 큰 만큼 관련 펀드에 장기투자하는 것을 추천할 수 있다"며 "중국 부동산에 투자한다면 시세상승과 위안화 절상,자산가치 상승이라는 3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도를 비롯한 이머징 마켓이 성장하면서 수요가 늘어나는 곡물과 원유도 지속적으로 가치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 상무는 "직접 투자가 힘든 일반인들은 펀드를 통해 지금부터 투자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거시경제학자들이 대부분 국가경제와 산업경제를 이야기할 뿐,가계경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게 안타까워 책을 썼다는 그는 끝까지 다음 말을 강조했다. "지금의 주택버블은 반드시 붕괴됩니다.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와 가계의 노력은 지금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

글=노경목/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