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히든챔피언' 누구냐…200여개 중견株 시선집중

반도체ㆍ휴대폰ㆍ조선 부품주
세액공제 등 정부지원 '훈풍'
'10년만의 부활' 견인차 기대
코스닥시장이 '제2의 중흥기'를 맞을 수 있을까. 정부가 10년 내 300개 '히든챔피언'(중견기업) 육성방안을 제시함에 따라 중소 · 중견기업이 대거 포진한 코스닥시장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보기술(IT) 버블의 여파로 외국인,기관이 외면하고 투기적인 투자자들만 판치는 것으로 인식됐던 코스닥시장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그동안 사업모델이 검증되지 않은 '닷컴기업'들이 사라진 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IT와 조선 플랜트 분야 부품사들은 꾸준히 성장했다"며 "바이오 · 의약,녹색산업 등 신성장동력 기업들에다 정부 지원까지 보태진다면 코스닥시장의 투자 매력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평가했다. ◆시총 상위주,히든챔피언 도약 기대

정부의 중견기업 육성방안은 중장기적으로 코스닥시장에 대형 호재라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갑자기 보호막이 사라질 업체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19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나 중견기업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약 1200개사로 이 중 절반이 상장사(유가증권+코스닥)다. 내년 말 중소기업법이 개정되면 300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현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연구개발(R&D)에 힘을 쏟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의 '성장궤도'를 따라가도록 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시장에 '신호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코스닥기업 구성은 매출 기준으로 △1500억원 이상 130개 △1000억~1500억원 92개 △500억~1000억원 232개 등이다. 종업원 수 기준으론 △1000명 이상 22개 △300~1000명이 137개이다. 현행 법규상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22개)이거나 종업원 1000명 이상,3년간 평균 매출 1500억원 이상 등 3가지 조건 중 하나에 해당하면 대기업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태광 태웅 비에이치아이 셀트리온 등 시가총액 상위업체들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에 있어 가장 기대가 크다. 이날 시장에선 태광이 정부 육성책 기대감으로 2.57% 올라 7거래일 연속 하락세에서 벗어났고,비에이치아이(2.22%) 슈프리마(5.03%) 네오피델리티(2.57%) 등의 상승세가 눈길을 끌었다.

LED 패키징업체인 루멘스의 김재룡 이사는 "R&D 비용이 매출의 3% 수준인데 세제혜택은 그야말로 희소식"이라고 반가워했다. 글로벌 마케팅 능력이 급팽창하는 실적을 따라잡지 못해 고민하던 기업들도 환영하기는 마찬가지.산업용 관이음쇠(피팅) 업종의 대장주인 태광의 김재현 상무는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나니 이제부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중소기업청이나 KOTRA의 지원이 확 줄었다"며 "매출 규모는 크게 늘었지만 회사 조직은 예전 그대로라 그동안 해외 판로개척에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코스닥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활할까'벤처 열풍'을 타고 1999년 한 때 3000포인트에 육박했던 코스닥시장은 2000년부터 급격히 거품이 빠져,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40포인트를 정점으로 현재 500선에 머물고 있다.

지난 10년간 적자기업이 속출하고 빈번한 경영권 분쟁,횡령 · 배임사건 등으로 신뢰를 잃어 소위 '유가증권시장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개미들이나 투자하는 시장'이란 불명예를 쓰기도 했다. 유망한 중소기업이 성장을 멈추거나 소리 없이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점도 투자를 꺼리게 만든 요인이다. 코스닥에서 성장한 아시아나항공 키움증권 NHN 등은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했을 정도.

수급면에서도 '개미들만의 리그'로 설움을 당했다. 지난해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32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한국 주식에 '러브콜'을 보낸 반면 코스닥시장은 개인들만 2조원가량의 순매수세를 보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세계 경쟁력을 가진 중견기업들 위주로 코스닥시장이 재도약의 계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대표 우량주 100종목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프리미어지수'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국기업을 뺀 코스닥시장 전체 상장기업 중 중소기업을 벗어난 기업 비율은 12.8%.

그러나 프리미어지수 구성 기업은 그 비율이 50%로 높아진다. 똘똘한 비상장사를 인수합병(M&A)할 목적으로 증시에 상장된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이나 중견기업투자 전문펀드로 돈이 몰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컨설팅기업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외국인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기관이 작은 종목들에 관심을 쏟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중소형 저평가주로 자금 흐름의 물꼬가 터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문혜정/조재희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