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설화(舌禍)
입력
수정
중국 동진(東晉,317~420)의 9대 왕 사마요는 술김에 애첩 장귀인에게 "당신도 이제 늙었군.진작 내칠 걸"이라고 말했다. 놀라고 발끈한 장귀인은 잠든 왕에게 이불을 덮어씌워 질식사시킨 뒤 도망쳤다. 일국의 제왕이 농담 한 마디 때문에 어이없는 죽임을 당한 셈이다.
태조 이성계와 함께 조선을 건국한 정도전의 비참한 말로 역시 설화(舌禍)란 주장도 있다. 세자 책봉 싸움에서 패한 게 원인으로 돼 있지만 실은 그 전에 술만 마시면 "한고조 유방이 장자방을 쓴 게 아니라 장자방이 한고조를 쓴 것이다"라고 떠든 게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말은 이렇게 무섭다. 무심코 했든,작정하고 했든 그 말이 상대에게 비수가 되어 꽂히면 이후 일어날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서인가. 동서고금의 말조심에 대한 경고는 이루 다 열거하기 어렵다. '미련한 자의 입은 멸망의 문이 되고 입술은 영혼의 그물이 되느니라.'(성경 잠언)
'험담은 살인보다 위험하다. 살인은 한 사람만 죽이지만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퍼뜨린 사람,듣는 사람,험담의 대상이 된 사람이 그것이다. '(탈무드).'논어'에 나오는'삼복백규(三復白圭,백규를 하루 세 번 반복하다)'와 사불급설(駟不及舌,네 필 말이 끄는 수레의 속도도 혀에 미치지 못한다)이란 말도 있다.
백규는'시경(詩經)'의 한 구절로'흰 구슬의 티는 갈아서 없앨 수 있지만 말의 흠은 어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당나라 말기부터 11명의 천자를 섬긴 재상 풍도는 '설시(舌詩)'에서 "입은 화의 문이요,혀는 몸을 베는 칼(口是禍門 舌是斬刀身)"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MBC 인사에 관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끝에 설화를 인정하고 사퇴했다. 이른바 힘있는 이들이 말 실수로 인해 지지와 인기를 잃고 추락하는 일은 흔하다.
정치가와 연예인 혹은 세도가들만 그러하랴.지난해 루저 파동은 보통 사람의 말 역시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갖는지 잘보여줬다. 자나깨나 말 조심을 해야 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몸의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아물지만 말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는 수도 많다. 불교'잡보장경'의 무재칠시(無財七施,재산 없이도 베풀 수 있는 7가지 보시)에 '언시(言施,부드럽고 다정한 말로 상대방을 감동시키고 즐겁게 한다)'가 들어있음을 잊지 말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태조 이성계와 함께 조선을 건국한 정도전의 비참한 말로 역시 설화(舌禍)란 주장도 있다. 세자 책봉 싸움에서 패한 게 원인으로 돼 있지만 실은 그 전에 술만 마시면 "한고조 유방이 장자방을 쓴 게 아니라 장자방이 한고조를 쓴 것이다"라고 떠든 게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말은 이렇게 무섭다. 무심코 했든,작정하고 했든 그 말이 상대에게 비수가 되어 꽂히면 이후 일어날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서인가. 동서고금의 말조심에 대한 경고는 이루 다 열거하기 어렵다. '미련한 자의 입은 멸망의 문이 되고 입술은 영혼의 그물이 되느니라.'(성경 잠언)
'험담은 살인보다 위험하다. 살인은 한 사람만 죽이지만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퍼뜨린 사람,듣는 사람,험담의 대상이 된 사람이 그것이다. '(탈무드).'논어'에 나오는'삼복백규(三復白圭,백규를 하루 세 번 반복하다)'와 사불급설(駟不及舌,네 필 말이 끄는 수레의 속도도 혀에 미치지 못한다)이란 말도 있다.
백규는'시경(詩經)'의 한 구절로'흰 구슬의 티는 갈아서 없앨 수 있지만 말의 흠은 어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당나라 말기부터 11명의 천자를 섬긴 재상 풍도는 '설시(舌詩)'에서 "입은 화의 문이요,혀는 몸을 베는 칼(口是禍門 舌是斬刀身)"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MBC 인사에 관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끝에 설화를 인정하고 사퇴했다. 이른바 힘있는 이들이 말 실수로 인해 지지와 인기를 잃고 추락하는 일은 흔하다.
정치가와 연예인 혹은 세도가들만 그러하랴.지난해 루저 파동은 보통 사람의 말 역시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갖는지 잘보여줬다. 자나깨나 말 조심을 해야 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몸의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아물지만 말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는 수도 많다. 불교'잡보장경'의 무재칠시(無財七施,재산 없이도 베풀 수 있는 7가지 보시)에 '언시(言施,부드럽고 다정한 말로 상대방을 감동시키고 즐겁게 한다)'가 들어있음을 잊지 말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