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장은 '경제대통령'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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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금융시장 안정에도 신경써야신임 한은 총재로 김중수 OECD 대사가 내정됐다. 그의 선임에 대해 시장과 전문가들은 일단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김 내정자는 취임일성으로 "한국은행도 정부다. 한국은행이 정부정책과 협조하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는 출구전략 시행 시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와 협조하되 독립성 유지하길
출구전략은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출구전략을 너무 일찍 시행하게 되면 경기회복의 모멘텀이 상실될 위험이 있으며 반대로 너무 늦게 되면 인플레이션과 자산가격 버블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정부와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한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가안정을 우선시하는 한은은 성장을 우선시하는 정부를 견제해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이 같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무너진다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한은 총재의 요건으로 '중앙은행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철학'을 꼽고 있는 이유다. 정부 의견을 충분히 듣되 결정은 독자적으로 하는 게 진정한 협조임을 주지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한은 총재에 해당하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경제대통령'이라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외교,국방 등에 관해서는 대통령이 최고 권한을 갖지만 적어도 경제문제, 특히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이슈에 대해서는 연준의장이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실제로 FRB 의장이 대통령의 경기부양정책 요구에 대해 단호히 거부한 적도 있다. 그런 이유로 미국의 대통령이 취임하면 첫 번째 공식일정으로 FRB 의장을 만나기도 한다. 이른바 '정치적 경기변동이론'에 의하면 집권여당은 선거를 앞두고 경기부양정책을 사용하며 선거가 끝난 뒤 결국 국민들이 그 부작용을 떠안게 된다. 이는 정치적 목적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견실한 경제성장을 하려면 그러한 정치적 압력을 뿌리칠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바로 중앙은행이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역할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거시경제의 안정이나 금융시장의 안정성 확보가 중앙은행의 중요한 책무로 등장하고 있다. 이미 세계 주요국가의 대부분은 중앙은행의 책무로 금융안정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실 중앙은행의 물가안정에 대한 책무보다 오히려 금융안정에 대한 책무가 역사적으로 앞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한은법 제6조 3항에 '물가안정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라는 규정만 있을 뿐 금융안정을 달성해야 한다는 책무규정이 없는 것이 문제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정보공유 및 정책공조도 중요하다. 개별은행의 경영상태에 대한 감독정보의 내용을 활용하는 경우 중앙은행의 예측력을 더욱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며 그 결과로 더욱 적절한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은행의 금융안정위원회(FSC)와 같이 금융시장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금융안정을 위한 정책개발에 주력하는 기구를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토면적이 작고 도시집중화의 정도가 심한 나라일수록 주식시장보다 부동산시장의 붕괴가 더욱 빈번히 나타나게 되며 이러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불안정의 예방 및 치유라는 관점에서 한국은행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조하현 < 연세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