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이사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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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자라던 시절엔 결혼이나 득남,자식의 출세 등이 가족의 경사에 속했다. 요즘은 이러한 것들 외에도 집을 넓혀 이사하는 것이 가족 경사의 범주에 포함된다.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넓은 집을 갖게 됐을 때 온 가족은 희망에 넘친다. 이사할 집에 미리 드나들면서 넓어지고 새로워진 공간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생각하고,그동안 필요했지만 보유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재도구의 구입도 계획한다.
이사를 위해 짐을 정리하다 보면 기억에도 없었던 물건들이 나온다. 그 중에는 망설임 없이 버릴 수 있는 물건은 의외로 몇 개 되지 않는다. 아스라한 추억이 서려 있거나 '얼마 쓰지 않았는데…'라는 마음이 새삼스럽게 드는 물건이 많아 고민하게 된다. 단순히 아깝다는 생각이 아니라 오랫동안 우리 가족이 살던 집에 함께 존재하던 물건에 대한 정(情) 때문에 그런 듯싶다. 역시 짐 정리를 할 때 가장 힘든 일은 '버리는 것' 같다. 이사하는 날에는 감회가 새로워진다. 가구 밑 같은 곳에 손이 닿지 않아 몇 년을 닦아내지 못하고 쌓인 먼지까지도 이 집에서의 추억과 세월을 말해준다. 그 먼지 안에서 몇 년 전 찾아다니던 집 열쇠며 동전 등 잡동사니들을 마지막으로 챙긴다. 이렇게 헌 집을 정리하고 새 집으로의 이동에 나선다.
새 집에 도착하면 이전 집에 사는 동안 불편함을 알면서도 바꿀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을 시도하게 된다. 우선 새로운 가구 배치를 '감행'한다. 구석진 곳에 있던 침대는 아침 햇살을 받을 수 있는 창가에 놓고,아무렇게나 꽂았던 책은 분야별,제목별로 다시 정리한다. 출퇴근길과 아이들 등굣길,주변 편의시설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새로운 일상을 모색한다. 이사란 이렇게 새로운 시작을 위한 다양한 것들을 가능하게 해 준다.
우리 회사도 얼마 전 '경사'를 맞았다. 종로 구몬빌딩에서 을지로 내외빌딩으로 사옥을 이전한 것이다. 1985년 회사를 창립하고 1995년 종로에 첫 번째 사옥을 가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집을 넓혀' 이사하는 것인 만큼 리모델링부터 사무실 배치까지 회사의 새 출발에 부합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했다. 며칠 전 임직원과 함께 사옥 이전 기념행사를 열었다. 직원들과 사옥이전의 의미와 기쁨을 함께 하고 싶어서였다.
나는 이 자리에서 '변화의 방법'을 강조했다. 낡은 집기를 버리고 새로운 환경을 꾸민 것처럼 업무에 대한 사고와 태도도 발전적으로 정리, 정돈해 주기를 당부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생각만이 변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집을 이사할 때 집구석의 먼지마저도 애틋한 게 사람 마음이다. 그렇다고 그 먼지와 함께 이사하는 사람은 없다. 낡은 것을 버려야 새로운 것도 온다. 내가 버려야 할 '낡은' 것은 무엇일까? 또 미래를 위해 챙겨둬야 할,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애틋하지만 필요없는 무엇인가를 버리는 평범한 결단력이 큰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chang@kyowon.co.kr
이사를 위해 짐을 정리하다 보면 기억에도 없었던 물건들이 나온다. 그 중에는 망설임 없이 버릴 수 있는 물건은 의외로 몇 개 되지 않는다. 아스라한 추억이 서려 있거나 '얼마 쓰지 않았는데…'라는 마음이 새삼스럽게 드는 물건이 많아 고민하게 된다. 단순히 아깝다는 생각이 아니라 오랫동안 우리 가족이 살던 집에 함께 존재하던 물건에 대한 정(情) 때문에 그런 듯싶다. 역시 짐 정리를 할 때 가장 힘든 일은 '버리는 것' 같다. 이사하는 날에는 감회가 새로워진다. 가구 밑 같은 곳에 손이 닿지 않아 몇 년을 닦아내지 못하고 쌓인 먼지까지도 이 집에서의 추억과 세월을 말해준다. 그 먼지 안에서 몇 년 전 찾아다니던 집 열쇠며 동전 등 잡동사니들을 마지막으로 챙긴다. 이렇게 헌 집을 정리하고 새 집으로의 이동에 나선다.
새 집에 도착하면 이전 집에 사는 동안 불편함을 알면서도 바꿀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을 시도하게 된다. 우선 새로운 가구 배치를 '감행'한다. 구석진 곳에 있던 침대는 아침 햇살을 받을 수 있는 창가에 놓고,아무렇게나 꽂았던 책은 분야별,제목별로 다시 정리한다. 출퇴근길과 아이들 등굣길,주변 편의시설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새로운 일상을 모색한다. 이사란 이렇게 새로운 시작을 위한 다양한 것들을 가능하게 해 준다.
우리 회사도 얼마 전 '경사'를 맞았다. 종로 구몬빌딩에서 을지로 내외빌딩으로 사옥을 이전한 것이다. 1985년 회사를 창립하고 1995년 종로에 첫 번째 사옥을 가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집을 넓혀' 이사하는 것인 만큼 리모델링부터 사무실 배치까지 회사의 새 출발에 부합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했다. 며칠 전 임직원과 함께 사옥 이전 기념행사를 열었다. 직원들과 사옥이전의 의미와 기쁨을 함께 하고 싶어서였다.
나는 이 자리에서 '변화의 방법'을 강조했다. 낡은 집기를 버리고 새로운 환경을 꾸민 것처럼 업무에 대한 사고와 태도도 발전적으로 정리, 정돈해 주기를 당부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생각만이 변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집을 이사할 때 집구석의 먼지마저도 애틋한 게 사람 마음이다. 그렇다고 그 먼지와 함께 이사하는 사람은 없다. 낡은 것을 버려야 새로운 것도 온다. 내가 버려야 할 '낡은' 것은 무엇일까? 또 미래를 위해 챙겨둬야 할,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애틋하지만 필요없는 무엇인가를 버리는 평범한 결단력이 큰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chang@kyow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