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400마력의 힘, 도로 위의 '폭군'…포르쉐 파나메라 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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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부터 위압적이다. 지금까지 보아 온 오밀조밀한 느낌의 포르쉐가 아니다. 5m에 가까운 길이, 현대차 '에쿠스(1900mm)'보다도 널찍한 1931mm의 너비에 20인치급의 휠. 분당 포르쉐센터 주차장에 즐비한 숱한 차들 중에서도 '파나메라 4S'의 육중한 모습은 유난히 눈에 띄었다.
포르쉐가 지난해 9월 한국 시장에 출시한 '파나메라'는 이 회사가 만든 최초의 4인승 세단 라인업이다. 이 차는 지금까지 포르쉐가 선보였던 숱한 모델들 중에서도 특히 이질적이다. 차의 뒷좌석 부분에 엔진을 탑재하는 미드십 방식 대신 일반적인 차들처럼 전면부에 엔진을 달았다. 문짝이 4개 달린 포르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 이후 처음이다.낮은 높이의 시트에 몸을 파묻고 항공기 조종석을 연상케 하는 내부 인테리어와 빼곡하게 들어찬 버튼들을 바라보면 절로 가슴이 뛴다. 자동차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조작하는 기분이 든다. 속도계에 표시된 최고속도는 330km/h를 가리키고 있다. 일반 차량의 경우 30km/h쯤이 표시됐을 위치에 100km/h이라고 쓰여 있는 걸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시동소리는 앙칼지다. 거친 야수를 불러일으키는 기분이 든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시동을 걸면 십중팔구 이목을 끌 정도다. 버튼을 누르는 방식 대신, 굳이 스마트키를 꽂아 돌리게 만들었다. 시동소리를 들어보면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속페달에 발을 갖다 대니 반응이 빠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성급히 뛰쳐나가지는 않는다. 여느 대형세단을 모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그러다가도 페달에 힘을 주는 순간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강렬한 배기음을 내뿜으며 민첩한 가속능력을 보인다.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건 순식간이다. 7단 자동변속기는 단수를 꾸준히 올려가며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질주를 시작한다. 4800cc급 8기통 자연흡기 엔진이 내뿜는 최고 400마력의 출력이 압도적이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283km/h라고 하지만, 그저 수치일 뿐 그 이상의 속도를 경험할 수 있었다.
무게가 1860kg에 달하는 차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빠르게 움직인다. 카이엔을 제외하고 포르쉐 중 가장 거대한 이 차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몸집은 육중한데 몸놀림이 날쌔기 그지없다. 차를 밀어붙이는 힘도 막강하다. 폭발적인 순간 가속력으로 차선을 오가는 모습이 그야말로 도로 위의 '폭군'이라 칭할 만하다.
대형세단의 체구를 갖췄지만 운전자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고성능 스포츠카'의 본색을 보여준다. 서스펜션(차량 하단 완충장치) 모드를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로 바꿔 가면 차체가 지면으로 달라붙기 시작한다. 변속기 옆에 있는 머플러 그림이 그려진 버튼을 누르면 완화됐던 배기음이 더욱 거세지는데, 여기에 속도에 반응해가며 소리 크기를 높여가는 부메스터(Burmester)의 오디오 시스템과 일정 속도 이상을 벗어나면 차량 뒷부분에서 솟아오르는 가변식 스포일러가 어우러져 비할 데 없는 쾌감을 선사한다.급격한 코너링에 들어서자 긴장감이 밀려온다. 붙을 대로 붙은 속도와 중력을 이 거구가 지탱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상시 4륜구동(AWD)은 유효했다. 제동페달을 밟을까 잠시 고민하다 가속페달을 짓밟자 빠른 속도로 급경사로를 그림처럼 빠져나간다.
중독성이 만만치 않다. 운전대를 잡고 5시간이 지났지만 선뜻 차에서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다양한 전자장비들을 이것저것 작동시켜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낮은 차체로 인한 노면 충격을 줄이기 위해 차체를 높여주는 기능, 차가 정차 중일 때는 시동을 꺼 연료소비를 줄여주는 오토 스타트&스톱, 앞 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정속주행 중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 등 다양한 개인기도 충실하다.
파나메라는 포르쉐의 '이단아'로 불리지만 고유의 DNA는 여전했다. 포르쉐 측은 파나메라를 개발하며 "유행을 따르지 않고, 포르쉐만의 가치를 양보하지 않은 차로 만들겠다"고 장담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파나메라는 출시 3개월 만에 전세계 생산량이 1만대를 넘어서는, 포르쉐로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한국에서는 출시 2개월 만에 100대 이상이 팔려나가기도 했다. 국내 판매가격은 기본형이 1억6910만원부터, 선택사양들을 추가하면 2억원이 넘는다.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