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다음 타깃은 글로벌 童心‥'성장세대 마케팅팀'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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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전문가 수혈‥기아차도 로레알 임원 '러브콜'현대자동차가 어린이들을 미래 고객으로 잡기 위해 '동심(童心)'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양승석 글로벌영업본부장(사장) 직속으로 '글로벌 성장 세대 마케팅'팀을 신설하고,국내외 전문가 영입에 나섰다. 세계 시장 점유율 10% 벽을 넘기려면 잠재 소비층인 어린이들의 마음 속에 현대차 이미지를 심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유럽차는 어린이 자동차 경주에 매년 수백억 투자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글로벌 성장 세대 마케팅팀을 새로 만든 것은 현대차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층이 성인이다 보니 그동안 상대적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소홀했다"며 "국내에선 시장 점유율 80%(기아차 포함)라는 숫자가 보여주듯이 자연스럽게 어린이들이 현대차를 접하지만 해외에선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신설 마케팅팀의 구성은 4~5명 정도 기존 인력으로 채우고,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인재를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수많은 어린이들이 제2의 슈마허(F1 최다 우승 경력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는 점에 착안,어린이 자동차 경주에 매년 수백억원을 투자할 정도로 '동심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탈리아 페라리는 스포츠카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 자동차와 똑같은 어린이용 카트로도 유명하다. 최근엔 6~11세용 1억1300만원짜리 자동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2008년 7월부터 서울 어린이대공원 내에 3000㎡ 규모의 '키즈 오토 파크'를 운영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업종 불문,전문가 그룹 영입성장 세대 마케팅팀 신설과 관련,주목할 만한 대목은 과감한 외부 수혈이다. 그룹 계열사 전체에 일관되게 나타나기 시작한 변화다. 예컨대 기아차는 아우디 출신 디자이너를 영입한 데 이어 마케팅 전문가로 글로벌 화장품그룹 로레알코리아의 여성 임원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로레알 얘기는 작년 말부터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異種) 업계 전문가를 영입함으로써 '제조업 마인드'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 · 기아차의 외부 전문가 확충은 지난해 계열광고 회사인 이노션이 삼성그룹의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를 스카우트한 것을 신호탄으로 본격 확대되고 있다.
외부 수혈과 함께 마케팅 조직 정비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14일엔 서울 종로구 계동 사옥에 있던 국내 마케팅과 광고팀을 모두 양재동 본사로 불러들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상품기획팀이 작년 초 신설된 글로벌 영업본부로 옮겨가면서 양재동에 자리를 잡았지만 국내 마케팅과 광고만 계동에 있어 서로 시너지를 내기 어려웠다"며 "국내외 상품기획,마케팅,광고를 모두 글로벌 영업본부라는 테두리에 통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 국내 영업팀은 압구정동에 있는 기아차 국내 영업팀과 선의의 경쟁을 위해 계동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창의성이 관건이다외부 수혈과 조직 개편을 통해 현대차가 앞으로 추진할 미래형 마케팅 전략의 골자는 '창의'와 '글로벌'이다. 이 같은 작업의 엔진 역할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친 정몽구 현대 · 기아차 회장이 품질과 상생을 강조했다면 정 부회장은 애플 아이폰의 탄생 스토리처럼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선보인 어슈어런스 프로그램도 창의적 아이디어의 산물이라는 게 내부의 평가다. 실직자가 새 직장을 구할 때까지 최대 3개월 동안 보험사가 할부금을 대신 납부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설한 성장 세대 마케팅팀도 생소한 분야에 뛰어든 만큼 기존 발상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전략을 내 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마케팅 전략의 대표적인 예는 글로벌 영업본부 안에 국내,해외 부문을 모두 통합시킨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달 초 국내에 선보인 파격적인 신차 교환 프로그램은 미국형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한국식으로 변형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