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승부수 美의보개혁…결국 의회 '표대결'

개혁법안 왜 집착했나
집권중반 정책주도권 강화…볼커룰 등 금융법안도 탄력
"20년간 재정적자 1조弗 감축"
45년 만의 개혁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인가,16년 만에 민주당 정권은 또 한번 좌초를 맛보게 되나. 이렇게 갈림길에 섰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승부수,의료개혁 법안이 미 하원 표결에 부쳐졌다. 미국 하원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두 갈래 선택을 놓고 의료보험 개혁 법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의보개혁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에다 여당인 민주당의 11월 의회 중간선거까지 걸린 집권 중반기의 최대 변수였다. 경제적으로는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의 감축 프로그램 시행 여부와 맞닿아 있다.

◆복잡한 표결…민주당 내 반란표가 관건하원은 이날 '상원 법안'과 '상원 법안 수정안'을 표결했다. 민주당은 당초 법안에 직접 투표하지 않고 '자동집행규칙(self-executing rule)'을 활용,패키지 규칙에 투표하는 우회로를 추진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의보개혁 지원금이 낙태에 사용될 것을 우려해 직접투표에 부담을 갖는 민주당 '반(反)낙태파' 의원들을 고려해서였다. 그러나 야당인 공화당으로부터 변칙 처리라는 비난을 받자 직접투표로 선회했다. 휴일인 일요일에 표결을 하기로 한 것은 오는 27일부터 부활절 연휴에 들어가기 때문에 하루라도 일찍 처리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상원 법안은 통과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에게 넘어가 서명을 받게 된다. 하원 입장이 반영된 수정 법안은 다시 상원으로 넘겨져 이번 주 중 표결을 거치도록 일정이 짜여져 있다. 수정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상원 법안을 대체해 실제 의료보험 개혁법안으로서 기능하게 된다. 절차가 이처럼 복잡한 이유는 민주당이 상원에서 공화당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피하기 위해 과반수(51석) 찬성만 얻으면 가결되는 '조정(reconciliation)' 절차를 택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보개혁을 통과시킨다는 일념으로 인도네시아,괌,호주 순방 일정을 두 차례나 연기하면서 막판까지 반대파들의 설득에 집중했다.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민주당 내 반대파 의원을 태워 설득시켰고,자신의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해 한때 전쟁까지 선포했던 보수언론 폭스TV에도 출연했다. ◆개혁의 정치 · 경제학…공화당은 결사반대

오바마는 상원 법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서명해 의보개혁의 역사적 승리를 선언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의보개혁안 통과를 내세워 정치적인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경우 볼커룰을 비롯한 금융감독 개혁 등 다른 법안까지 탄력받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 · 미 FTA(자유무역협정)비준과 같은 통상이나 환율문제에도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의보개혁안이 무난하게 시행돼 국민들이 효과를 체감하게 되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순풍을 얻을 수도 있다. 의보개혁 법안이 시행되면 무보험자 5400만명 가운데 3200만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게 된다. 다른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 현재 미 정부의 의료보험 지출비용은 한 해 2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정치 중립적인 의회예산국(CBO)은 개혁 법안이 향후 10년간 9400억달러를 투입하게 하는 안이지만 다른 관련 비용 절감을 통해 재정적자는 향후 20년 동안 1조3000억달러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법안 부결 시 불러올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도력이 치명타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레임덕 현상까지 거론됐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의회에서 다수당의 자리를 상실할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1994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추진한 의보개혁이 좌초되는 바람에 민주당은 소수당으로 전락한 뼈아픈 과거가 있다.

공화당은 표결 직전까지도 중간선거를 통해 다수당이 될 경우 법안 철회 입법을 하겠다며 끝까지 강경한 반대입장을 고수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