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안방잔치'로 끝날 부산모터쇼

다음 달 29일부터 11일간 열리는 부산국제모터쇼가 '동네쇼'로 전락할 처지다. 수입차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대거 불참하겠다고 밝혀서다. 부산모터쇼에 출품 의사를 밝힌 곳은 현대 · 기아자동차 등 국내 5개사 외에 수입차로는 스바루와 로터스가 유일하다. 로터스는 한국수입차협회에도 가입하지 않았고,스바루는 다음 달에야 국내 판매를 개시한다.

부산시는 "자동차 관련 산업이 특화된 부산 · 경남에서 국제모터쇼의 성공 여부는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막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 등 '제3자'가 끼어들면서 모터쇼 문제가 다소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부산시민단체협의회와 부산경제살리기 시민연대,부산여성NGO 연합회 등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폭스바겐 등 전시장 앞에서 잇따라 집회를 갖고 있다. 이들은 "수입차 업체들이 이익에만 눈이 멀어 부산 시민들을 무시하고 있다"며 "끝까지 참여하지 않을 경우 불매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대해 부산모터쇼 주관사인 벡스코조차 난감해하고 있다. 벡스코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시민단체들이 참여를 강요하는 모습은 무척 부담스럽다"며 "이러다 부산 시민들까지 모터쇼를 외면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산모터쇼 참여를 저울질했던 일부 수입차 업체는 시민단체의 조직적 개입 후 검토 서류를 아예 치워버렸다고 했다. A사 임원은 "부대 비용을 포함해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이 소요되는 비용도 문제이지만 시민단체 때문에 등 떠밀려서 나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다음 부산모터쇼가 열리는 2년 후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점이다. 한 수입차 업체 사장은 "프랑크푸르트,파리,제네바,도쿄 등 각국마다 대표 모터쇼가 한 개씩뿐인데 한국에서만 유독 서울과 부산이 경쟁하고 있다"며 "국제적인 위상이 정립되지 않은 부산모터쇼의 경우 본사에서 참여 승인을 받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요즘 자동차 업계는 무척 어수선하다. 경제위기 여파가 남아 있어서다. 이 와중에 부산모터쇼는 수입차 업계에선 '계륵'이 돼 버렸다. 주최 측은 파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할 듯하다.

조재길 산업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