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덜 올랐다"…외국인 '장기자금' 속속 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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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에만 3조5000억 순매수지난 1~2월 소강 상태였던 외국인 매수세가 이달 들어 대규모로 들어오고 있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한국 주식을 안고 가겠다는 양질의 투자자가 많아졌다고 전하고 있다.
저금리에 '달러캐리' 부활 분석도
미국계가 주도…IT·車 복귀 가능성
글로벌 경제의 회복 조짐이 가시화하면서 이머징마켓(신흥증시)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우등생인 한국 증시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각국의 금리 인상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재개와 원화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외국인 매수세가 강해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외국인은 양질의 장기투자자"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모두 3조5241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9월 4조8795억원 이후 6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하루 평균 매수 규모도 2711억원에 달한다. 이는 5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매수세를 보였던 지난해 7월의 하루 평균 매수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외국인은 올 1월 6566억원을 사들이는 데 그쳤고,지난달엔 96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지만 3월 들어 갑작스레 '사자'로 돌변했다. 대규모 매수 재개도 반갑지만 장기투자에 치중하는 양질의 자금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더 눈길을 끈다. 영업 일선에서 외국인의 매매 주문을 직접 처리하는 이호성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서울지점 상무는 "단타족이 아니라 양질의 외국인이 최근의 매수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의 위기가 해소 수순을 밟으면서 이머징마켓에 대한 선호도가 살아나고 있는 점이 투자 재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달러 약세와 저금리 기조에 따른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부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가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싼 값에 달러를 빌려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시장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캐리 트레이드'란 저금리 통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해 추가로 차익을 얻는 매매 방법을 일컫는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도 "금리 인상이 조기에 이루어질 경우 달러 캐리를 이용해 투자해 놓은 자금을 다시 회수해야 한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난주 미국과 한국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다"고 전했다. 긴축 시기가 올해 말을 지나 내년 초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에 추가적인 자금 집행이 이루어지면서 주말을 앞두고 매수세 유입 규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들어온 외국인 매수세 중 미국계 자금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꼽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 미국계 자금의 국내 유입 규모는 2조1628억원으로 주요 국적별 외국인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윤창용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경기 회복 과정에서 남아도는 유동성을 굴리기 위해 결국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도 외국인 매수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2월 말 달러당 1160원대로 고공비행 중이던 원화 환율이 최근 지지선이던 1130원대 아래로 일시 하락하는 등 원화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IT · 자동차 등 '황제들의 귀환'외국인의 복귀로 정보기술(IT)과 자동차주들이 주도주 자리를 되찾고 있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전자(6557억원)는 두 달여 만에 80만원대 주가를 회복하며 지난주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현대차 역시 순매수 2위 종목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한 주 동안 6.5% 뜀박질했다.
이 상무는 "외국인이 글로벌 경기 회복에 다시 한번 과감하게 베팅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들 수출주에 대한 매수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거래량이 늘며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세계 시장을 제패한 '황제주'들이 주도주로 복귀할 경우 증시도 추가 상승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대형주들이 증시 반등을 이끌고 있는 점을 두고 다시 한번 좋은 장이 오고 있다고 판단해 이머징시장의 우등생인 한국 대표주들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기관들이 돈이 없긴 하지만 벤치마크 수익률을 따라가기 위해 주식을 팔지는 않고 있다"며 "매도 압력이 덜하다는 점에서 IT와 자동차가 다시 주도권을 잡으면 1720선에 위치한 전 고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