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봉은 되고 백남준은 안돼…헷갈리는 '유명인' 상표등록

유명인 살아있을땐 동의 받아야
인지도 낮아졌다면 동의없이 가능
故人인 경우 관계인 허락받고 출원
경기도와 김천대학 한은미 교수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씨의 이름을 놓고 치열한 상표 분쟁을 벌이고 있다. 양측 간 분쟁은 경기도 산하 경기문화재단이 2008년 '백남준 아트센터'를 개관하자 '백남준 미술관' 상표를 특허청에 등록한 한 교수가 "명칭을 사용하지 말라"며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1심은 한 교수가, 2심은 경기도가 이긴 가운데 대법원의 최종심만 남은 상태다.

유명인 이름과 관련한 상표 분쟁이 늘고 있다. 성명이나 초상 등의 지식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인 이름을 상표 등록하는 것은 사례마다 달라 전문가들도 적잖게 헷갈린다. ◆유명인 함부로 안 돼

21일 특허심판원에 따르면 유명인 이름을 딴 상표와 관련한 심판 건수는 2007년 16건,2008년 15건에서 지난해에는 25건으로 늘었다. 분쟁 유형은 크게 유명인이 살아 있는 경우와 고인이 된 경우로 나뉜다. 유명인이 살아 있다면 그의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유명인이 속한 회사라 하더라도 본인 동의 없이 회사가 임의로 상표를 등록할 수 없다. 이노디자인은 지난해 4월 김영세 대표의 사인을 특허청에 상표로 출원했다 거절당했다. "대표 본인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노디자인은 나중에 김 대표의 동의서를 따로 제출,지난달 상표를 등록했다.

유명인이라도 나중에 인지도가 낮아졌다면 동의 없이 상표를 등록할 수도 있다. 배드민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박주봉씨는 지에프스포츠사가 자신의 이름을 배드민턴화,운동용 유니폼 등 분야에 출원해 2006년 상표로 등록하자 등록무효심판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박주봉이 배드민턴 업계에 널리 알려져 소비자들이 상품의 출처에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박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3심에서는 "스포츠 스타는 전성기가 짧고 세대교체가 빠른데 박씨는 선수생활에서 은퇴한 후 10년 정도가 지나 저명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지에프스포츠의 상표권을 인정했다. ◆외국 유명인 등록 가능

유명인이 사망한 경우 제3자가 사망 전 고인 본인이나 사망 후 고인의 친 · 인척 등 관계인,고인의 이름을 관리하고 있는 기념사업회 등의 동의를 받아야 상표를 등록할 수 있다. 한 교수는 백남준 미술관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하면서 백씨가 적었다는 "한은미가 대구에 백남준 미술관을 건설하는 것을 허가한다. 백남준" 등 내용의 메모지를 제출해 등록했으나 특허법원은 "한씨가 제출한 증거로는 미술관 건립 외에 상표권 출원까지 백씨가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념사업회 등이 없을 정도로 아주 오래된 고인인 경우 비방할 염려가 없으면 상표 등록을 허용한다. 속옷 분야에 등록된 '제임스딘' 상표가 대표적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