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바른은 '블랙홀 로펌'…전직 고위 판·검사 줄줄이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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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前 법원장 등 5명법무법인 바른이 전직 고위 판 · 검사를 싹쓸이하는 '블랙홀 로펌'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최근 세종과 합병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전통적 강점인 '스타 전관' 영입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이다.
철저한 지입제…즉시 성과 매력
바른은 최근 김용균 전 서울가정법원장을 비롯해 윤경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 5명의 퇴임 법관을 영입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업 · 경제범죄 등을 전담하는 형사합의25부를 이끌었던 윤 전 부장판사는 2008년 BBK사건으로 기소된 김경준씨에게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태산을 요동치더니 쥐 한 마리 잡았다)'이라며 준엄하게 꾸짖어 주목받은 인물이다. 바른은 윤 전 부장판사 외에도 기업 민사소송을 주로 담당했던 서명수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상사전담부를 맡았던 박철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영입했다. 기업관련 민 · 형 · 상사 3개 분야에서 서울고법 · 중앙지법에 있던 주요 법관을 싹쓸이한 것이다. 바른은 박연차게이트 후폭풍이 일던 작년 하반기 에도 문성우 전 대검 차장검사 ·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 서범정 전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등 대검 주요 간부를 대거 영입했다.
퇴임 판 · 검사들이 너나 없이 바른으로 향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바른이 철저한 '지입제'식 운영을 하고 있어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스타급 전관 판 · 검사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로서도 재교육 비용이나 기간,파트너 간 지분문제 등의 이견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바른과 세종의 합병이 결렬된 결정적 이유도 여기서 비롯됐다. 세종은 바른의 지입제식 운영과 정반대로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을 주로 영입해 각 분야별 전문가로 육성하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김두식 세종 대표변호사는 "세부적인 문제에 대한 협상에 들어가자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간극이 너무 컸다"며 "(규모나 구성 면에서)이상적인 로펌 모델을 만들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강훈 바른 대표변호사는 "(세종에서)요구하는 조건들에 내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며 "우리 방식으로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