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홈런 한방 날리면 건강은 기본, 이웃사랑은 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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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 '부경야구단'
직장 대항 시합땐 주전경쟁 치열
프로구단과 기부활동에도 앞장
'땅~!' 경쾌한 홈런 소리에 덕 아웃에 서 있던 사람들 모두가 펄쩍펄쩍 뛴다. 시원하게 날아가는 볼을 바라보며 혈기 넘치는 신입사원도,40대 부장님도 하나가 된 채 함성을 지른다.
한국야쿠르트 사내 야구동호회인 부경야구단은 2009년 8월에 창단된 신생 동호회.회사에서 알아주는 야구 마니아였던 김대운 유통 부산지점 과장(부경야구단 감독)이 부산경남지역 각 지점에 근무하는 회원들을 하나둘씩 모집하고 야구장으로 이끌었다. 지금은 어느새 회원 수 29명의 어엿한 팀으로 성장했다. 프로 야구 골수팬들로 구성한 야구단이었지만,초창기 팀의 모습은 거의 외인구단에 가까웠다. 야구를 해본 선수들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선수는 타격 폼도 엉성했고,운동장을 다섯 바퀴만 뛰어도 지쳐 쓰러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저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글러브를 끼고,야구공을 잡고 배트를 들었다. 감독님의 진두지휘 아래 체계적인 훈련을 받다보니 조금씩 실력이 쌓이기 시작했다. 건강은 덤으로 따라왔다. 야구동호회에서 땀을 흘리고 난 뒤 바지 사이즈가 헐렁해졌다는 회원들도 많아졌다.
각자의 자리에서 업무를 하면서 연습을 병행하기 때문에 다 같이 모이기는 힘들지만 연습시간이 공지되면 참석률은 90%를 넘는다. 창원시에서 운영하는 88야구장을 '전용구장' 삼아 주말 아침 연습이 있을 때면 다들 단잠을 포기하고 유니폼을 챙겨 입고 나온다. 가끔씩 아이들도 따라와서 야구 선수로 변신한 아빠를 응원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우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운동을 즐기다 보면 한 주간의 스트레스는 싹 잊게 된다. 특히 홈런을 치거나 경기에서 이긴 후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경기 후에 이어지는 호프 타임은 동료간의 끈끈한 화합을 다지는 자리로 야구 이야기는 물론이고 일에 대한 고민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다. 지난해 부경야구단은 부산의 명물 롯데자이언츠 팀과 인연이 닿아 선수들의 전용 구장에서 경기를 해보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한국야쿠르트가 2009 프로야구 정규시즌 동안 '왕뚜껑 사랑의 홈런존'을 운영하며 기부활동에 앞장섰기 때문이었다. 부산의 사직구장 3루 외야석 부근에 홈런존을 만들어 이곳에 홈런볼이 떨어지면 롯데자이언츠 구단과 함께 사랑나눔 기부행사를 벌인 것이다. 야구라는 즐거운 스포츠를 통해 선행을 하면서 기업의 사회공헌까지 할 수 있어 일석일조였다.
부경야구단은 8개월간 연습 끝에 얼마 전 사회인 야구리그에도 진출했다. 경험이나 연륜 면에서 전열을 가다듬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었지만,열정 하나만큼은 그 어떤 팀에 뒤지지 않았다. 팀 내에서 주전경쟁이 치열했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첫 경기에서 지난해 사회인 야구리그에서 준우승을 거머쥐었던 전통의 강호 팀과 만났다. 하얀 유니폼 가슴팍에 'YAKULT'란 글자를 새기고 경기장에 들어서자 모두들 마치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선수들처럼 승부욕에 불타올랐고,상대방 전력을 살피며 눈치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있으랴.만만치 않은 신고식을 치렀던 부경야구단은 올해 리그에서는 좀더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각오에 불타고 있다. 이처럼 즐겁게 땀 흘리고 마음을 모으는 가운데 부경야구단의 팀워크는 든든하게 다져진다. 벌써 많은 회원들이 동참하고 있지만,'부경야구단'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야구를 좋아하고,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부경야구단 총무 이형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