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으로 아이온·WOW 즐긴다?…스마트폰 '게임 시대' 성큼

온라인게임 아이템 구매 등
애플리케이션 상용화 단계
아이폰용 게임엔진도 등장
스마트폰에서 최신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것은 아직까지는 희망사항 정도다. 데이터 요금도 부담이지만 온라인게임을 가동할만한 환경이 스마트폰에 아직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손안의 PC'라고는 하지만 그래픽이나 처리 속도,메모리,인터넷 속도 등이 모두 PC에 비해 한참 떨어지기 때문에 온라인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나 총싸움게임(FPS)과 같은 고사양 게임은 구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그나마 브라우저를 통한 웹 게임 정도가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아이폰에서도 '아이온'이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같은 고사양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온라인게임의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게임 속 간단한 미니게임을 전용으로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와 있다.
●스마트폰에서 최첨단 게임엔진 가동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폐막한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에서 게임개발업체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아이폰에서 작동되는 '언리얼엔진3'를 발표했다. 에픽게임즈는 아이폰용 언리얼엔진3를 이용해 작동되는 '언리얼 토너먼트'를 시연했다. 지난해 말 아이폰용 게임엔진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던 에픽게임즈는 불과 3개월여 만에 실제로 구현 가능한 게임을 들고 나와 업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언리얼엔진3 아이폰 버전은 아이폰 3GS,아이팟 터치,아이패드 등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에픽게임즈는 앞으로 애플에서 개발되는 모든 터치 기반의 제품에서 언리얼엔진3를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에픽게임즈는 언리얼엔진3를 아이폰뿐 아니라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언리얼엔진3는 국내외 주요 게임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3D(3차원) 게임엔진이다. 게임을 작동하게 할 뿐 아니라 외부 미디어와 연계도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 기능도 갖췄다. 비디오게임 시리즈로 유명한 '기어즈 오브 워' 등 해외 유명 게임은 물론 웹젠의 '헉슬리',레드덕의 '아바' 등 국내 유명 게임에서 쓰이고 있다.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나 엔씨소프트가 개발 중인 '리니지3' 역시 언리얼엔진3에 기반하고 있다. 언리얼엔진3의 아이폰 버전이 상용 가능해졌다는 것은 이런 인기 게임들을 스마트폰으로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GDC 최대 화두는 아이폰매년 세계 게임개발자들이 집결하는 올 GDC에서도 단연 화제는 아이폰이었다. 게임 전용 단말기가 아닌 단일 기종의 휴대폰과 관련된 세션이 이틀 동안이나 열린 것은 아이폰이 처음이었다.

'아이폰 게임을 다른 디바이스에서 즐기기' 등 이틀간 이어진 세션에는 수천명의 참가자들이 모여들어 아이폰 게임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했다. '아이폰 게임을 앱스토어 톱 차트에 올리기','아이폰 여성 게이머 사로잡는 법' 등 노하우도 공개됐다. 메건 스카비오 GDC 운영책임자는 "아이폰은 지난해 GDC모바일에서는 하나의 콘텐츠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방대한 콘텐츠 양을 감안해 아이폰 세션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며 "아이폰 세션이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다룰 주제들이 많아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휴대용 게임기 삼킨다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뒤 게임업계에는 "닌텐도의 최대 경쟁자는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라 애플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었다. 당시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가 잘 나가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아이폰이 모바일 게임으로 활용될 경우 막강한 파워를 지닐 것을 예측한 지적이었다.

휴대용 게임기보다 훨씬 진일보한 터치감에 선명한 화면,간편한 휴대성 등은 닌텐도DS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을 압도하는 스마트폰만의 장점이다. 출시 2년만에 약 4000만대나 팔릴 정도로 엄청나게 보급된 점도 스마트폰의 매력을 높인다.

게임업계에서는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스마트폰이 휴대용 게임기 시장을 집어 삼킬 것이라고까지 예상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게임 종류가 제한돼 있지만 언리얼엔진3를 필두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휴대용 게임기에서 누리는 수준의 게임이 곧 등장할 것이란 게 게임업계의 관측이다. 이미 간단하게 즐기는 보드게임이나 웹게임,소셜게임 분야에서는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고 있다. 창업 2년째인 미국 게임업체 징가(Zynga)는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업체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용 농작물 재배게임(farmville)으로 지난해 1억5000만달러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지만 직원은 1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