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BMW 넘버원 전략‥ 오늘도 BMW는 다이어트를 한다

잘 나갈수록 날씬하게…
태평성대 때 시작
라이벌 벤츠와 손잡고 부품구매처도 다변화
전기차등 미래 시장 개척
BMW 연례 기자간담회가 열린 지난 17일.간담회장인 BMW 벨트(Welt · 영어로는 세계를 의미)에 들어서는 8명의 이사회 멤버는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노버트 라이트호퍼 회장은 "위기는 끝났다"며 "우리는 미래를 창조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프리드리히 아이히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확실한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자신했다.

이상했다. 숫자로만 보면 아니었다. BMW가 작년에 판매한 자동차는 128만대.2008년의 143만대보다 10.4%줄었다. 매출액도 531억9700만유로에서 506억8100만유로로 4.7% 감소했다. 순이익은 3억2400만유로에서 2억1000만유로로 37% 오그라 들었다. 그런데도 경영진들이 큰소리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당초 예상보다 실적이 괜찮았다. 무엇보다 작년 4분기부터 매출과 순이익 등 모든 지표가 상향세로 돌아섰다. 라이트호퍼 회장은 "넘버원 전략(스트래티지 넘버원)이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잘 나갈 때 시작했다


BMW는 2007년 넘버원 전략을 발표했다. 군살을 확 빼고 미래성장동력을 찾으며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게 골자였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원가절감노력을 펼쳤다. 불필요한 고정투자도 줄였다. 이런 BMW의 행보에 사내외에서는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당시 BMW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아주 잘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판매대수는 2005년 132만대에서 2006년 137만대로 늘었다. 세전이익도 2005년 32억8700만유로에서 다음해에는 41억2400만유로로 불어났다. 자동차값을 올려도 주문이 늘어나던 시기였다. 굳이 조직에 메스를 가하지 않아도 될만한 태평천하였다.

BMW는 잘 나갈 때 시작했다. 2007년 하반기에 '성공적인 미래를 위한 그룹 재정비 전략'인 넘버원 전략을 발표했다. 목적은 분명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과 가치를 증진시키겠다는 것.이를 위해 계량적 목표도 명확히 했다. 2012년까지 자동차 판매를 180만대로 늘리고 매출액대비 이익률은 8~10%로 끌어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를 위해 성장,미래,수익,기술등 4가지 분야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마련했다.

넘버원 전략은 2008년부터 본격화됐다. 잘 나갈 때 미리 시작한 효과는 의외로 빨리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산업이 수렁에 빠진 작년.BMW도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긴 했다. 그렇지만 예상보다는 나았다. 판매량이 당초 1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10.4% 감소에 그쳤다. 4분기부터는 매출액 및 순익 모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았다


넘버원 전략 실행을 위해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군살빼기.우선 사업장마다 적정인원을 산출해 넘치는 인력을 모자라는 곳으로 배치했다. 자연감소인원 충원은 최소화했다. 2007년 말 10만7539명에 달했던 종업원수는 2008년 10만41명,작년엔 9만6230명으로 줄었다. 2년새 10.5%(1만1309명)를 감축했다. 그만큼 인건비가 절약됐다.

부품조달비용을 줄이기 위한 작업도 시작했다. 이를 위해 강력한 라이벌인 메르세데스 벤츠와 손을 잡았다. 부품을 공동구매해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우선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단순한 부품부터 공동구매에 나섰다. 작년에는 미국에서도 공동구매를 시도했다. 올해는 공동구매 대상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부품구매처도 다변화했다. 전에는 유럽업체만 고집했다. 최근엔 한국의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효과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매출액에서 자본적지출(capex)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7.9%에서 작년엔 6.8%로 뚝 떨어졌다. 2012년까지 이 비율을 7%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자본적지출이란 고정자산의 유지와 수선,신규구입을 위해 투자하는 돈을 말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현금유동성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악화될수 있다.

◆강점을 살려 미래에 투자했다

라이트호퍼 회장은 "지난해 경영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위기를 무난히 넘겼다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투자의 핵심은 신시장을 개척하되 고유의 강점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것.신시장 개척을 위해 전기차에 뛰어 들었다. 2015년엔 도심을 시속 160km까지 달릴 수 있는 전기차인 '메가시티 비히클(Megacity Vehicle)'을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엔 '탄소섬유(carbon fiber)'를 사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SGL그룹과 합작회사를 만들었다. 강점은 오히려 강화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성능과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작업은 연비와 성능을 동시에 높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른바 '이피션트 다이내믹스(Efficient Dynamics)'전략이다. 결국 BMW의 넘버원 전략은 회사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되,환경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극대화하는 또다른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다.

뮌헨(독일)=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