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막아주겠다" 브로커들 검은유혹 주의!

분식회계 공인회계사도 활동
지난주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한 B사의 재무팀장에겐 속칭 '브로커'들의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직과 선이 닿아 있다','거래소 아무개와 친분이 있다'며 2억~3억원만 내면 상장폐지를 막아주겠다는 내용이다. B사의 임원들은 순간 솔깃했지만 결국 청탁을 포기했다. 이런 저런 루트를 통해 알아본 결과 거래소의 실질심사를 청탁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들에 '검은 손'을 내미는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시행과 함께 수시로 한계기업을 증시에서 퇴출시키는 상장폐지실질심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새로 형성된 풍속도다. 이들은 수억원의 대가만 내면 인맥을 동원해 상장폐지를 막아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으로 위기에 몰린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 심지어 외부감사법인에 감사를 받기 전에 상장폐지 요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회계장부를 '마사지'(분식)해주는 공인회계사들도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부채가 쌓여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에 접근해 실제로 장사가 안되는 데도 매출이 발생한 것처럼 장부를 꾸미고 사채시장에서 단기 자금을 빌려 부채를 갚게 한 다음 그 거래를 회계장부에서 빠뜨리는 식으로 장부를 조작한다.

일종의 '암시장'이 형성됐지만 실효를 본 회사는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해 상장폐지실질심사를 받았던 W사는 이런 저런 인맥을 통해 감독당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상장폐지실질심사위원회에 참석한 임원이 '감독 당국의 누구와 얘기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가 오히려 더욱 강도 높은 조사를 받기도 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