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호봉파괴' 확산…한국동서발전, 직무형 연봉제 도입

농산물유통공사도 4월부터 실시
공기업에 '호봉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같은 직급이라도 업무와 능력에 따라 임금을 달리 주는 기업이 잇달아 생기고 있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은 작년 12월 부장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직무형 연봉제'를 도입했다. 회사 업무를 7개 등급으로 나누고 난이도에 따라 연봉을 차등화했다. 개인별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성과형 연봉제'는 동일직급의 경우 임금 격차가 최대 6%에 불과하지만 직무형 연봉제가 추가 도입돼 동일직급 임금 격차가 최대 25%까지 벌어지게 됐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평균 연봉이 1억원 안팎인 1급 처장의 경우 이론적으로 임금이 최대 25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며 "앞으로 일반 직원까지 '직무+성과형 연봉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작년 말 노사 합의에 따라 호봉 테이블을 폐지하고 직무 · 성과 중심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1~5급 직원 중 간부급인 1,2급에만 시행해 온 연봉제를 올해 일반 직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같은 직급이라도 연봉이 최대 20% 정도 차이날 것으로 알려졌다.

농수산물유통공사도 오는 4월부터 직무에 따라 관리자의 연봉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실질적 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성과형이 될지 직무형이 될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정부가 마련 중인 성과형 연봉제 표준모델을 확인한 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쌍수 한전 사장은 '성과연동 연봉제' 도입 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호봉 파괴'를 전 공기업으로 확산시키 위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공공기관 연봉제 표준모델'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성과형 연봉제를 기본으로 하되 직무형 연봉제도 가이드라인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주용석/서기열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