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의 '日 엄살' 論…"오히려 긴장해야 할 때"

"일본 따라가려면 멀었다 '한국 배우기'에 자만 말라"
지경부 간부회의서 주문
"일본이 엄살을 떨고 있다. "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사진)이 지난 22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일본 엄살론'을 제기했다. 한국의 지경부에 해당하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산하에 한국실을 설치할 것이란 최근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특정 국가를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 금융위기 이후 한국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내 '한국 배우기'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최 장관은 "일본이 어떤 나라인데…"라며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는 게 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최 장관은 "우리는 일본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며 "단단히 준비하고 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참석자는 "일본의 경제 상황이 최근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한국과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 장관의 말은 일본의 태도에 자만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더욱 긴장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안현호 신임 지경부 1차관도 23일 기자실에 들러 '일본 엄살론'에 가세했다. 안 차관은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우리는 소국(小國)"이라며 "일본이 최근 고령화로 기업가 정신이 약해지긴 했지만 첨단부품이나 소재 장비 쪽에선 여전히 비교우위를 지키고 있고 대단한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일본의 위기를 한국이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차관은 "일본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공장 문을 닫거나 가업승계가 안 되는 곳이 많다"며 "괜찮은 기업을 한국에 데려오거나 M&A(인수합병)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달 초 지경부에 과장급 직원 1명과 서기관 1명을 보내 실물경제 운용방안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일본이 선진국 시장에서는 앞서 있지만 저가제품 위주의 중진국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어 이와 관련한 문의가 많았다는 게 지경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제산업성 관리들은 이 밖에도 한국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와 관련해 플랜트 수출 노하우 등을 집중 질의했다. 한국실 설치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국실 설치는 다소 앞선 이야기로 보이지만 일본 정부가 확실히 한국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