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美와 갈등 풀고 싶다"

외국기업인들에 중재 요청…5월 양국 전략경제대화 예정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5월에 열릴 예정인 미국과의 전략경제대화에서 갈등을 해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중국개발포럼에 참석한 외국 기업인 60명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자리에서다.

원 총리는 "미 · 중 양국은 갈등과 차이를 하나씩 해결해왔고 (그런 결과로) 정치적,경제적으로 더 가까워져왔다"면서 "5월 열리는 미 · 중 전략경제대화는 양국에 모두 매우 중요하며 갈등과 문제를 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미 · 중 전략경제대화에 대해 원 총리가 시기까지 직접 언급함으로써 양국은 전면전을 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 총리는 특히 송나라 시인 육유(陸游)의 '산서촌에서 노닐며(遊山西村)'에 나오는 '막다른 곳에서도 길이 열린다'는 뜻의 '山重水復疑无路,柳暗花明又一村'(산이 겹겹이 쌓여 있고 강물이 휘돌아 길이 없는 곳에도 버드나무가 그늘을 이루고 꽃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마을이 있네)란 구절을 인용하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원 총리는 그러면서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환영하며 앞으로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안화 절상 요구에 대해서는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 총리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해 무역흑자를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틀린 얘기"라며 "3월 중국의 무역적자가 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월별 무역적자를 기록하기는 2004년 4월 이후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원 총리는 이어 "무역 및 환율 전쟁을 할 경우 세계경제 회복에 해가 될 것이라는 점을 모든 나라와 기업이 유념해야 한다"며 "환율 및 무역 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기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도 이날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미주개발은행(IDB) 연례총회에서 위안화 환율을 둘러싼 "지나친 소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과 환율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 총리가 기업인들과 단체로 만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현장의 질의응답을 언론에 공개하고 국영 TV를 통해 대륙 전역에 방영한 것은 처음이다. 구글 사태와 리오틴토 직원 재판 등으로 중국 내 반외자 분위기가 부각되고 있는 데 따른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한 친외자 행보로 풀이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