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자본주의'에 막힌 포스코…조선업 진출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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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해외주주, 대우조선 인수 반대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 등 주요 해외 주주들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해옴에 따라 포스코의 대우조선 인수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대우조선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도 고민에 빠졌다. 가장 유력한 후보기업인 포스코가 인수전 참여를 포기할 경우 대우조선 재매각 작업 전체가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황 악화 이유…5월 재매각 일정 혼선일듯
◆포스코 대우조선 인수전략 어떻게 되나포스코가 그동안 대우조선에 애착을 보여 온 이유는 주력 제품 중 하나인 후판(선박 건조용 강재)의 주요 수요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우조선의 플랜트 사업,풍력 등을 포스코의 미래 성장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대우조선 자체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사업다각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판단과는 달리 외국 주주들은 불투명한 조선시황을 들어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조선업체들의 상선 '수주 가뭄'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선가 하락,발주 취소 등을 감안할 때 대우조선 인수 메리트가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매각 작업이 진행됐던 2008년 말처럼 포스코가 설득을 통해 외국 주주들의 마음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조금 다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조선업 장기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외국 주주들의 반대가 더 거세지고 있어서다. 포스코는 우선 예비입찰에 참여한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마무리지은 후 대우조선 인수전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꼬이는 대우조선 매각 일정
산은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유력한 인수 후보기업인 포스코가 빠질 경우 대우조선의 성공적인 시장매각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이고,시중자금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자칫 산은의 재매각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나서지 않을 경우 하이닉스반도체처럼 대우조선이 M&A(인수 · 합병) 시장의 미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2008년 이미 한 차례 무산된데다 지난해 대우건설 매각 실패로 산은의 '섭외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일단 대우조선 재매각 작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시기에 맞춰 5월께 대우조선 매각공고를 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업체를 상대로 태핑작업(사전 수요조사)도 진행 중이다. 산은 관계자는 "해외 주주들이 포스코의 대우조선 인수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미 파악하고 있다"며 "포스코가 주주들에 대해 충분한 설득 작업을 진행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주자본주의 논란도
그동안 주주 이익 극대화를 우선했던 월가식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의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기업의 중 · 장기적 성장기반을 오히려 약화시켰다는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에 외국 주주들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포스코로서는 대우조선 인수를 통한 사업다각화나 안정적인 제품 판매처 확보 등의 기회를 잃게 된다. 당장 주가 부양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지만,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내 대기업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 중 외국 주주 지분율이 높은 곳이 많아서다. 외국인 보유지분이 50%(작년 말 기준)를 넘는 상장사는 포스코 GS건설 NHN 삼성화재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KT&G 등 8~9개사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비중도 47%대를 오르내리고 있으며 SK텔레콤 신세계 등 역시 50%에 육박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 주주들이 포스코의 경우처럼 기업 인수에 대한 입장 표명을 넘어 해외 마케팅 전략이나 가격정책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문제가 커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이심기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