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로 본 한국증시 20~30% 추가 상승여력

9.5배로 주요국가중 최저수준
실적전망치가 주가상승 앞질러
코시피 前고점 1720 돌파 기대
최근 1년 사이 국내 증시는 36% 반등했지만 주요국 증시와 비교하면 주가수익비율(PER) 면에서 여전히 상승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주요 국가 중 최저 수준으로 저평가된 상태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외국인의 매수세에 흔들림이 없다면 단기적으로 코스피지수는 전 고점인 1720선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부 강세론자들은 한국 증시가 오는 6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돼 하반기에 사상 최고치인 2100선까지 상승도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MSCI 기준으로 1년 후 추정 이익을 감안한 한국 증시의 PER는 9.50배로 집계됐다. 이는 주요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미국은 전날 다우지수가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초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PER가 13.90배까지 상승했다.

국내 증시의 PER는 일본(17.30배) 영국(11.24배) 등 선진국 시장은 물론,인도(16.56배) 중국(13.19배) 대만(13.85배) 브라질(12.37배) 등 주요 이머징(신흥)시장보다도 낮다.

현재 선진국 시장 PER는 평균 13.5배,이머징 국가는 평균 11.9배에 이른다. 한국 증시는 선진국에 비해 약 30%,신흥시장국 평균에 비해선 20%가량 할인돼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코스피지수가 1년간 450포인트나 상승했음에도 PER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27일 기준 국내 증시의 PER는 12.40배,코스피지수는 1237이었다. 지금까지 지수는 36% 상승했지만 오히려 PER는 23%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에도 PER 부담이 줄어든 것은 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상승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PER를 계산할 때 분자인 주가의 상승속도보다 분모가 되는 이익 전망치의 증가폭이 더 크다는 얘기다. 실제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기업이익 추정치를 지난해보다 대폭 올려잡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유가증권시장 121개사의 영업이익 합계가 지난해 50조7000억원에서 올해 45% 늘어난 73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121개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전체의 76%에 달해 시장 흐름을 충분히 반영한다는 게 동양종금증권의 설명이다.

이 같은 이익 개선은 국내 대표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6조3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삼성전자는 올해 80% 가까이 급증한 11조2900억원대의 영업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우리투자증권은 추정했다. 포스코의 영업이익도 3조원대에서 두 배인 6조원대 달성이 기대된다. 이와 달리 상당수 해외 증시는 지난 1년간 주가가 반등하는 사이 PER도 대거 상향 조정됐다. 작년 3월 말과 비교하면 미국은 9%가량 올랐고 영국(16.5%) 중국(16.8%) 인도(44.9%) 브라질(38.0%) 등도 1년 전보다 PER가 대폭 올랐다. 그만큼 추가 상승여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가 해외에 비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은 것은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MSCI 기준으로 한국의 향후 1년간 EPS 증가율은 33.5%로 미국(24.7%) 중국(21.5%) 인도(30.0%) 브라질(25.5%) 러시아(31.1%) 등을 앞선다. PBR 기준으로도 한국은 1.27배로 주요 32개국 중 일본(1.13배) 러시아(1.22배)에 이어 세 번째로 낮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코스피지수는 전고점(1월22일 1723)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증권은 다음 달 코스피지수 예상 최고치를 1730포인트로 제시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국내 증시의 PER를 선진국 평균으로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코스피지수 2100포인트도 가능하다"며 "한국이 이머징에서 선진증시로 이동하는 과정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지수대"라고 설명했다.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도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이머징펀드보다 6~9배 규모가 큰 선진국펀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며 "해외악재가 없다는 가정 하에 올해 지수 목표치를 2120포인트로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당분간 미국 등 해외증시 향방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고점을 나란히 돌파한 미 다우지수와 S&P500의 상승세가 주춤해질 경우 국내 증시도 단기적으로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