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회장 전격 복귀] 거대 글로벌 조직 추스릴 강력한 컨트롤타워 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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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회장 보좌할 '3실'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복귀와 동시에 그룹 조직을 재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과거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을 잇는 명실상부한 컨트롤 타워를 복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무지원실 : 운용방향 설정 안됐지만 現업무지원실 기능 대폭 확대
윤리경영실 : 김상균 법무실장 주축 개편, 새로운 '삼성 헌법' 제정될 수도
브랜드관리실 : 장충기 사장 거의 내정 상태…그룹 브랜드가치 유지·확대
우선 삼성전자 회장실을 보좌하는 '3실' 조직을 구축하기로 했다. 업무지원실,윤리경영실,브랜드관리실이 그것이다. 과거 그룹 조직의 위상과는 아직 비교할 수 없지만 현 사장단협의회 산하의 '업무지원실+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체제보다는 훨씬 규모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직속 조직인 만큼 그룹 컨트롤 타워로서 실질적인 권한과 위상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무지원실 확대 개편될 듯
하지만 '3실'체제 역시 과도기적 성격이 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4일 사장단 회의를 주재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3실의 성격에 대해 "이건희 회장을 보좌하는 조직"이라고 규정하면서도 "향후 3실의 운영방식과 세부적인 역할은 다음 사장단 회의에서 다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아직 명확한 조직 운영방향이 설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업무지원실을 어떤 방식으로 확대 개편할지가 미지수다.
현 업무지원실은 철저하게 사장단협의회를 보좌하는 기능만 갖고 있다. 계열사들의 인사나 재무사안을 점검은 하고 있지만,어디까지나 관련 내용들을 취합하는 수준일 뿐 관리 · 감독 · 통제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과거 이 회장이 이끌었던 그룹 조직이 인사 재무 경영관리 경영진단(감사) 등의 분야에서 계열사들을 강력하게 지휘했던 점을 떠올려보면 업무지원실의 대폭적인 확대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특히 태양광 2차전지 헬스케어 바이오 등 미래 신수종 사업 추진을 놓고 그룹 차원의 투자 결정이나 계열사 간 사업조정이 한시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업무지원실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대 업무지원실장엔 이상훈 삼성전자 사업지원팀장(사장)과 김종중 업무지원실장(부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대외리스크 차단에 주력
윤리경영실은 김상균 법무실장(사장)을 주축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다만 경영진단 기능 중 내부 비리감사 업무나 경영진단 업무가 통째로 편입될 경우 실장 자리의 윤곽이 달라질 수도 있다. 윤리경영실이 3실의 일각을 차지하게 된 것은 투명경영 친환경경영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여러 가지 일을 통해 아무리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사회공동체로부터 외면을 받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며 "윤리경영실 신설을 계기로 그룹의 법무 역량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새로운 '삼성 헌법'이 제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브랜드관리실은 현재 브랜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충기 사장이 거의 내정된 상태다. 과거 전략기획실에서 기획업무를 담당했던 장 사장은 발빠른 판단력과 감각을 앞세워 그룹의 대외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이다.
앞으로 기획과 홍보업무를 총괄하며 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 · 확대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위축됐던 기획분야 조직도 확대 개편될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의 의중은
관심의 초점은 3실 조직을 어느 정도 확대하고 어떤 역할과 기능을 새로 부여할 것이냐다. 그룹 안팎에선 과거 전략기획실에 버금가는 조직이 새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지만,이 회장의 의중이 직접적으로 반영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 회장의 경영복귀와 3실 구축 문제 자체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추진돼온 만큼,그동안 그룹 수뇌부들 간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파악하기도 힘들다.
또 이 회장이 경영일선을 떠나있는 동안 진행돼 온 경영환경 변화도 조직 구성과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확고한 글로벌 톱을 차지하면서 전자 계열사들의 글로벌 경영이 확산일로에 있고,금융부문 역시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해 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말 생명 증권 등 금융회사 사장단과 만찬을 갖는 자리에서 '경영의 글로벌화'를 강력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생명 측은 중국 재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보고하기도 했다. 때문에 향후 내부 논의 과정에서 3실을 뛰어넘는 새로운 조직이 들어설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의 글로벌 경영을 통할하는 '해외사업실' 같은 조직 등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