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4천억 태양광 유망株도 상장폐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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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 퇴출 '칼바람'24일 오전 9시40분께 코스닥시장의 대표적인 태양광업체 네오세미테크가 퇴출설이 돌면서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일반투자자는 물론 한국거래소 관계자들도 "설마…"하는 반응이었다. 태양광용 실리콘 잉곳과 발광다이오드(LED) 웨이퍼를 만드는 선두권 녹색성장주로 꼽히는 데다 시가총액도 4000억원대에 달하기 때문이다.
네오세미테크, 우회상장 5개월만에 퇴출 대상
의견거절 25개社…횡령·배임·자본잠식도 속출
하지만 네오세미테크가 10시24분 감사의견이 거절된 감사보고서를 거래소에 제출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수백억원대의 이익을 냈다는 회사 측 실적과 애널리스트 평가를 믿고 큰 돈을 투자한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거래소와 회사에는 울분에 찬 투자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결산 시즌 코스닥시장에 퇴출 칼바람이 종잡을 수 없이 불어닥치고 있다. 한계기업은 물론이고 우량주로 평가되던 기업들까지도 속속 퇴출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육성 의지를 밝힌 녹색산업 관련 기업들조차 속속 횡령 자본잠식 등으로 퇴출되면서 '그린 버블' 경계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우량주마저 퇴출 위기에 경악
24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퇴출 사유가 발생한 코스닥 기업들이 쏟아지고 있다. 퇴출 위기 기업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아 시장 충격은 더욱 컸다. 네오세미테크는 코스닥 시총 순위 28위로 한때 시총 1조원에 육박했던 회사다. 지난해 코스닥기업 모노솔라로 우회상장한 회사로 대표적인 태양광 및 LED 테마주로 각광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성장성 대비 저평가됐다며 목표주가 1만8700원을 제시한 증권사 분석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월 네오세미테크는 지난해 매출 1453억원에 영업이익 312억원,순이익 246억원을 기록했다는 자체 실적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매출 979억원,영업이익 19억원에 순손실 223억원으로 대폭 악화된 실적이 나왔다. 외부감사인은 이 회사가 총자산의 35%를 차지하는 유형자산의 거래와 장부가액을 적절히 기록하지 않을 수 있는 중요한 취약점이 있다며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의견거절'을 제시했다.
지난주 상장한 지 2년6개월밖에 안 된 디지털 영상저장장치(DVR) 업체 아구스(시총 334억원)에 이어 퇴출 징후가 없었던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폐지 기로에 놓여 코스닥시장에 '퇴출 안전지대'가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네오세미테크의 대주주 지분은 20% 남짓으로 대부분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어 퇴출이 확정될 경우 피해는 3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최근 퇴출된 한국기술산업의 규모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퇴출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보고서 마감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코스닥 41개사와 유가증권시장 10개사 등 51개사가 감사보고서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도입의 영향으로 외부감사에 따른 퇴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린 버블' 경계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 수는 사상 최대 수준이던 지난해 64개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이미 13개사의 퇴출이 확정됐고 20곳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퇴출 위기에 내몰린 기업 가운데 녹색 관련 업체가 많다는 것이다. 네오세미테크는 이달 초 2298억원 규모의 실리콘 웨이퍼 공급계약까지 체결하면서 전도 유망한 태양광업체로 각광받았다. 지난해에는 지식경제부에 의해 게르마늄(Ge) 웨이퍼 개발사업 수행 기업으로 선정됐으며,이 회사 오명환 대표는 내년까지 매출 1조원을 돌파하겠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올해 상장폐지 1호 기업으로 기록된 비엔디도 기대를 모았던 회사다. 200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이 회사는 바이오디젤과 바이오디젤 혼합 연료를 생산하는 회사로 2008년 3월18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전주에서 열린 농림수산식품부 업무보고를 받은 직후 이 회사를 방문해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2년이 채 안 된 올 1월29일 회계처리 위반으로 퇴출됐다.
코디콤(풍력발전) 코어비트(바이오디젤) 동산진흥(신재생에너지) 등도 녹색산업을 전면에 내세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다 결국 뒤안길로 사라졌다. 과거 자원 개발이나 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테마를 앞세웠다가 대거 퇴출됐던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주력으로 떠오른 녹색 테마주들도 거품이 빠지고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애널리스트는 "네오세미테크 사례는 중소기업의 회계 처리가 얼마나 부실한지,코스닥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녹색성장 테마에 얼마나 거품이 끼어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동윤/조진형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