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회장 전격 복귀] '3실' 체제…실질적 이학수 중심으로 탈바꿈

신진 인사 기용도 대폭 늘릴 가능성
이건희 회장의 복귀와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사진)이다. 1997년 이후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전략기획실장 등을 맡아 이 회장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감을 통해 삼성의 확고부동한 2인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 회장 역시 이학수 체제가 삼성 글로벌 성공의 주역이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지금도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도 이 고문은 이 회장을 직접 수행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경제계는 이 회장의 복귀로 새로운 형태와 방식의 '이학수 체제'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고문은 이 회장이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전략도 물밑에서 직접 챙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삼성 특검'사태에 따른 사면 · 복권 문제만 해결되면 언제든지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그룹 내부적으로는 이 회장 직속의 3실 체제가 궁극적으로 이 고문을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그룹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지금도 대부분의 경영현안을 이 고문과 상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상,이 고문의 활동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 고문의 역할 증대를 점치는 또 하나의 요인은 그동안 유지해온 사장단협의회 체제가 내부적으로 많은 비효율성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내부 진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삼성 특유의 선견력과 응집력이 약해지면서 중장기 전략이나 로드맵도 취약해졌다는 것.이 회장으로선 삼성 계열사들의 현황과 경쟁력 전반을 꿰뚫고 있는 이 고문에게 다시 한번 중책을 맡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 고문은 과거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있으면서도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그룹 조직을 복원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진인사들의 기용도 대폭 늘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2년간 단행된 사장단 인사를 통해 많은 사장들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만큼 그룹 조직의 세대교체도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물론 이 고문의 전면적인 등장 문제는 그룹 내부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긴 하다. 사면 · 복권 문제뿐만 아니라 지난 2년여 동안 경영진의 부침과 역학관계에 적잖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고문 스스로도 공식 '타이틀'이 생겨나기 전까진 당분간 외부 노출을 자제할 공산이 큰 상황이다. 예나 지금이나 그의 운명은 막후의 실력자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