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부도는 아니라더니…믿지 못할 '조회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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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 '조회공시 주의보'가 내려졌다.
풍문이나 언론보도의 사실 여부를 캐묻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상장사들이 일단 거짓으로 답변하고 나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가 악성 루머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조회공시가 자칫 유명무실(有名無實)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IC카드 제조업체인 GK파워는 최근 국민은행에 제시된 1억3600만원짜리 약속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처리됐다. 이는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되는 것으로, 매매거래도 정지됐다.
GK파워는 부도처리되기 일주일 전인 지난 16일 거래소로부터 부도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받았었다. 이 회사는 다음날 "약속어음 2매가 1차부도 처리됐지만, 17일 모두 결제했다"며 시장의 부도설을 부인했다.그런데 이렇게 답변한 지 일주일 만에 부도가 난 것이다. GK파워는 "현금이 없어서 또 다른 1장의 어음을 막아내지 못했다"고 뒤늦게 실토, 결국 증시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주가는 이미 '줄 하한가' 행진을 지속해왔고, 이달초 대비 반토막(540원)이 난 상태다. 회사의 '거짓 공시'에 속아 넘어간 투자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본 꼴이다.
창업투자회사인 한국기술투자는 경영진의 횡령 혐의를 끝까지 숨긴 경우다. 거래소는 지난 1월 6일 한기투에 최초로 전 경영진의 횡령설에 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었다. 한기투는 즉시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답변한 이후 재공시(2월26일)에서도 '경영진의 횡령설에 관해 확인된 내용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모르쇠로 일관한 덕분(?)에 한기투의 주권매매거래도 정지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나 23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유상범)는 수사를 맡은 지 석 달여 만에 전 경영진을 구속기소했다.
거래소도 한기투의 매매거래를 정지시킨 뒤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아래 한글로 유명한 소프트웨어 업체인 한글과컴퓨터도 이달초까지 대표이사의 횡령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오다 지난 11일 검찰로부터 불구속기소됐다.
이밖에 코스닥업체인 테이크시스템, 에피밸리, 아이알디 등은 최근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설의 사실 여부를 묻는 거래소 조회공시를 받았고, 여전히 이를 부인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아이알디의 경우 거래소 상장위원회가 이미 증시퇴출을 통보한 상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재무구조가 극도로 취약하고 횡령 및 배임, 부동 등 퇴출 경보가 발생할수 있는 상장사는 투자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시전문가는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조회공시가 요즘들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강력한 제재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물론 과거에 비해 거래소의 관리·감독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나, 이를 교묘히 이용하는 방법으로 조회공시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일단 상장사가 조회공시를 받을 경우 투자자들이 각별히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풍문이나 언론보도의 사실 여부를 캐묻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상장사들이 일단 거짓으로 답변하고 나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가 악성 루머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조회공시가 자칫 유명무실(有名無實)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IC카드 제조업체인 GK파워는 최근 국민은행에 제시된 1억3600만원짜리 약속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처리됐다. 이는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되는 것으로, 매매거래도 정지됐다.
GK파워는 부도처리되기 일주일 전인 지난 16일 거래소로부터 부도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받았었다. 이 회사는 다음날 "약속어음 2매가 1차부도 처리됐지만, 17일 모두 결제했다"며 시장의 부도설을 부인했다.그런데 이렇게 답변한 지 일주일 만에 부도가 난 것이다. GK파워는 "현금이 없어서 또 다른 1장의 어음을 막아내지 못했다"고 뒤늦게 실토, 결국 증시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주가는 이미 '줄 하한가' 행진을 지속해왔고, 이달초 대비 반토막(540원)이 난 상태다. 회사의 '거짓 공시'에 속아 넘어간 투자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본 꼴이다.
창업투자회사인 한국기술투자는 경영진의 횡령 혐의를 끝까지 숨긴 경우다. 거래소는 지난 1월 6일 한기투에 최초로 전 경영진의 횡령설에 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었다. 한기투는 즉시 '확인된 사항이 없다'고 답변한 이후 재공시(2월26일)에서도 '경영진의 횡령설에 관해 확인된 내용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모르쇠로 일관한 덕분(?)에 한기투의 주권매매거래도 정지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나 23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유상범)는 수사를 맡은 지 석 달여 만에 전 경영진을 구속기소했다.
거래소도 한기투의 매매거래를 정지시킨 뒤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아래 한글로 유명한 소프트웨어 업체인 한글과컴퓨터도 이달초까지 대표이사의 횡령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오다 지난 11일 검찰로부터 불구속기소됐다.
이밖에 코스닥업체인 테이크시스템, 에피밸리, 아이알디 등은 최근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설의 사실 여부를 묻는 거래소 조회공시를 받았고, 여전히 이를 부인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아이알디의 경우 거래소 상장위원회가 이미 증시퇴출을 통보한 상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재무구조가 극도로 취약하고 횡령 및 배임, 부동 등 퇴출 경보가 발생할수 있는 상장사는 투자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시전문가는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조회공시가 요즘들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강력한 제재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물론 과거에 비해 거래소의 관리·감독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나, 이를 교묘히 이용하는 방법으로 조회공시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일단 상장사가 조회공시를 받을 경우 투자자들이 각별히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