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불륜 용서못한 남자, 아내 죽기전 한마디는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 아이라 바이오크 지음 | 곽명단 옮김 | 물푸레 | 282쪽 | 1만2000원
아내의 불륜 때문에 평생 같은 침대에서도 등을 돌리고 잠을 잤던 폴란스키.그는 자궁암 말기 환자인 아내가 죽기 전에 용서와 감사,사랑과 작별의 말을 전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상담사가 권하자 완강히 거부했다. 죽어가는 아내에게 용서한다,고맙다는 말은 할 수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은 절대 하지 못한다는 것.상담사가 "머리와 가슴에 당신이 결혼한 여자를 담아둔 채,아내의 등에 대고 속삭이듯 아주 작은 소리로 사랑한다고 말해보라"고 조언했다. 얼마 후 부인이 사망한 뒤 폴란스키는 상담사를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아내의 등에 대고 사랑한다고 속삭였어요. 그랬더니 내 곁에서 자고 있는 아내에게서 오래 전의 젊은 신부가 보였어요. 조금 지나니 내가 한때 아내에게 품었던 사랑을 정말로 느끼기 시작했어요. 키스를 하면서 깨달았죠.아내가 항상 나를 사랑했다는 걸 말입니다.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은 이처럼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조건은 용서,감사,사랑,작별인사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세계 최고의 호스피스 전문의로,20년 가까이 중환자를 돌보고 30년 넘게 호스피스와 고통완화 의료분야에서 일해왔다. 그는 "용서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리고 …잘가요"라는 네 마디 말이 인생에서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소중한 사실들을 함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삶의 시간은 길이가 아니라 깊이로 재는 것"이라며 "찢기고 갈라진 관계를 치유할 수 있다면 삶이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