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전문기자의 IT 이야기] 한국에만 없는 '게임 앱스토어'…모바일 게임 후진국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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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개국중 한국만 게임 사전심의
법 개정안 1년 넘게 국회서 낮잠

세계 모바일 게임시장 급팽창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빨리 없애야
아이폰이 들어온 지 4개월이 지났다. 아이폰은 그동안 50만대쯤 팔렸다. 연말까지는 누적 판매대수가 100만대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LG 등도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연말이면 스마트폰 이용자가 2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런데 법제가 낙후돼 있어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도 모바일 게임 이용에 큰 불편을 겪는다. 모바일 게임을 수출산업으로 키울 기회도 잃고 있다.

◆사전심의제에 발목 잡힌 '게임 코리아'아이폰만 놓고 얘기하자면 이렇다. 아이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마음에 드는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이용한다. 모바일 게임이나 뉴스 애플리케이션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한국의 앱스토어에는 게임 카테고리가 없다. 아이폰을 판매하는 94개 국가 중에서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없는 나라는 한국 브라질 콜롬비아 3개국뿐이다.


한국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없는 것은 사전심의제 때문이다. 국내에서 게임물을 판매하려면 게임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 미국 앱스토어에는 약 2만5000개 게임이 올려져 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만들어 올린 게임이다. 이것을 게임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고 한국에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래서 애플은 한국 앱스토어에서는 게임 카테고리를 아예 없애 버렸다.

게임 카테고리가 없다 보니 그 많은 게임이 한국 아이폰 이용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일부 업체가 게임위원회 심의를 받아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 올려놓은 게임만 이용할 따름이다. 그래봤자 수백개다.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나 얼리 어답터들은 미국이나 홍콩 앱스토어에 들어가 게임을 산다. 불편하기도 하지만 매출과 세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도 문제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94개 국가 중 한국을 제외한 93개 국가에서는 게임물 사전심의제라는 게 없다. 민간 자율심의에 맡기고,문제가 있는 게임은 사후심의를 통해 걸러낸다. 애플은 게임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심의해 4단계 등급을 매긴 뒤 앱스토어에 올린다. 앱스토어 등록을 승인한 뒤 문제 있는 게임이 발견되면 자발적으로 앱스토어 등록을 취소한다.

◆모바일 게임이 사행성?

정부는 2006년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자 게임물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게임에 대한 여론은 지금도 냉랭하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용 모바일 게임까지 사전심의를 받도록 하는 게 불합리한 줄 알면서도 내버려두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후심의와 처벌을 강화하면 자율심의제를 도입해도 문제 되지 않으며,현행 방식을 고집하면 불법만 조장할 뿐이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고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모바일 게임 사전심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누구든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올릴 수 있는 사이버 장터를 오픈 마켓이라고 하는데,애플 앱스토어만 있는 게 아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도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모바일 마켓 플레이스도 있다. 이 밖에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등 많은 기업이 오픈 마켓을 운영한다.

스마트폰 시대에 모바일 게임까지 사전심의를 받게 하면 소비자 편익이 크게 줄 뿐 아니라 모바일 게임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기회마저 잃는다. 자율심의에 맡겨 세계 각국의 게임업체들과 경쟁하게 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게임업체들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면 국내 소비자,국내 앱스토어를 포기하고 미국 등 해외 앱스토어에만 올린다.

◆1년 넘게 낮잠 자는 국회 법안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상황이 올 것으로 보고 자율심의 근거를 담은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마련해 2008년 11월 국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1년반이 지나도록 한 차례도 제대로 토론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 작년에는 아이폰이 도입되기 전이라 중요성을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도 움직임이 없다. 국민의 편익과 산업 육성을 고민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계 테크놀로지 업계는 지금 모바일로 몰려가고 있다. '골드 러시'라고 할 정도로 모바일이 화두다. 2009년 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 시장은 2008년 3050억원에서 올해는 4242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온라인게임 강국이어서 잘만 하면 모바일 게임에서도 강국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시대에 뒤떨어진 법제 때문에 모바일 게임 후진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