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모바일카드 '합작의 덫'에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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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과 카드사업 공동투자로 다른 통신사와 제휴 어려워'금융과 통신의 융합'을 위해 SK텔레콤과 합작카드사를 만든 하나금융그룹이 '합작의 덫'에 걸렸다. 통신과 결합된 신개념 서비스를 KT,LG텔레콤 등 다른 통신회사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SK텔레콤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신한,KB,비씨카드 등과 계속해서 제휴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금융과 통신이 결합함으로써 통신사가 주도권을 쥐고 금융회사를 흔드는 결과를 낳았다"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통신 융합 주도권 뺏길판
◆합작 후 첫 상품 내놓았지만…하나금융은 SK텔레콤과 공동으로 지분을 투자해 지난 2월 하나SK카드를 출범시켰다. 이강태 하나SK카드 사장은 취임 때 "모바일 카드로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 모바일 카드란 기존의 플라스틱 카드 대신 휴대폰에 특수칩을 심어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카드를 말한다.
하나SK카드는 25일 모바일 카드인 '터치세븐카드'를 내놨다. 가맹점에 설치된 전용단말기에 휴대폰을 갖다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홈플러스,훼미리마트,SK주유소 등에서 사용하면 결제액을 3% 할인(가맹점별 월 1회,1회 최대 5000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바일 카드는 SK텔레콤 휴대폰 이용자만 사용할 수 있다. "하나SK카드가 SK텔레콤과 합작사여서 다른 통신사와 제휴를 맺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하나금융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기존에 출시된 신한카드와 비씨카드의 모바일 카드는 모든 통신사 이용자들이 발급받을 수 있다. KB카드의 모바일 카드는 SK텔레콤,KT 양사 고객이 쓸 수 있다. SK텔레콤이 이들과 여전히 제휴관계를 맺고 있어서다. 하나금융으로선 SK텔레콤과 합작한 것이 역설적으로 영업 대상을 한정시키고 있는 꼴이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잠재고객인 SK텔레콤 가입자가 2500만명이나 되는 데다 유통업체와 제휴를 맺은 터치세븐카드의 기능이 다른 모바일카드보다 뛰어난 만큼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합작사 특유의 빼어난 기능을 바탕으로 유통업체 고객까지 회원으로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각종 마케팅도 제한적
하나SK카드는 궁여지책으로 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카드 신청을 받는 새로운 마케팅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감독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SK텔레콤 대리점을 통해서만 이뤄질 전망이다. 하나SK카드는 또 이르면 이달 말 나올 연회비 200만원짜리 초우량 고객용 카드 회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할 예정이지만 가장 인기가 좋은 애플 아이폰은 제공하지 못한다. 아이폰은 KT가 독점 공급하고 있어서 SK텔레콤이 공급하는 삼성 옴니아2 등을 줄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하나SK카드가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극복하고자 통신사와 결합하고 모바일 카드로 승부를 내려고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경쟁에서 불이익을 가져다 주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